박태환(23ㆍ단국대)은 사람을 놀라게 하는 구석이 있다.
15세의 나이에 처음 출전한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출발신호도 떨어지기 전 혼자 첨벙 뛰어들어 초고속으로 귀국 비행기에 올랐던 박태환은 4년 뒤에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세계를 놀라게 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남자자유형 400m 금메달과 200m 은메달로 한국수영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의 새 역사를 쓴 것.
4년이 흘러 세번째 올림픽을 눈앞에 둔 박태환은 메달을 넘어 세계신기록 작성을 목표로 잡았다. “세계기록을 한번도 못 깨봤기 때문에 런던에서 경신하고 싶다. 세계신기록을 세우면 좋은 색깔의 메달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는 설명. 거침없는 목표설정으로 다시 한번 주위를 놀라게 한 박태환이 런던발 낭보로 또다시 기분 좋은 충격을 선사할 수 있을까.
‘마린보이’ 박태환에게 베이징 올림픽 뒤 2년은 롤러코스터 같았다. 경쟁자들이 너도나도 첨단수영복으로 비약적인 기록단축을 했던 2009년 로마 세계선수권대회. 박태환은 전 종목 예선 탈락이라는 쓰디쓴 잔을 들었다. 결과적으로 훈련프로그램은 느슨했고 올림픽 챔피언 박태환은 갈피를 잃었다.
하지만 슬럼프는 길지 않았다. 한때 다 그만두고 싶을 만큼 공황에 빠지기도 했지만 2010년 초 호주의 마이클 볼 코치와 의기투합해 수영모를 다시 눌러썼고 같은 해 말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3관왕에 오르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특히 주종목인 400m에서 개인 최고기록(3분41초53)으로 금빛 역영을 펼치며 런던 올림픽 전망을 밝혔다. 현재 이 부문 세계기록은 파울 비더만(독일)의 3분40초07이다.
호주 2차 전지훈련을 위해 4일 출국하는 박태환은 “1차 전훈에서 예상보다 훈련을 더 잘 소화했다. 현재 페이스는 70% 이상”이라면서 “2차 전훈에서는 스타트와 잠영훈련에 집중할 것이다. 무조건 길게 잠영한다고 해서 유리한 것은 아니다. 잠영 속도를 높이는 데 중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환은 또 “로마에서의 아팠던 경험은 머리로는 잊었는데 몸이 기억하고 있는 것 같다. 아쉬움을 갖고 있으니까 그만큼 이를 악물게 되는 것 같다”는 중요한 말도 덧붙였다.
박태환은 가르침에 흥미를 갖고 있다. 단국대 체육교육과 08학번인 박태환은 내년 2월 졸업 뒤 대학원에 진학한다. 지난해 가을에는 교생실습도 했다. “일반 학생들처럼 학교에 많이 못 간 탓에 추억을 많이 쌓지 못했다”며 아쉬워한 박태환은 “그래도 교생실습으로 만든 추억이 많아 다행이다. 누군가를 가르치고 그에 따라 생각과 행동이 바뀐다는 게 무척 신기한 것 같다. 교수의 꿈을 꾸고 상상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호주 전훈을 가면 주위에 온통 남자뿐이라 외로움을 많이 느낀다는 20대 초반의 청년 박태환. 그는 런던올림픽 뒤 하고 싶은 일로 주저 없이 이성교제를 꼽았다. “올 연말에는 연애를 하고 있을 거예요. 꼭 할 거예요, 꼭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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