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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룡 칼럼] 출자총액제한제도의 得失
입력2004-09-22 16:53:52
수정
2004.09.22 16:53:52
공정거래법 개정안 입법처리를 둘러싸고 여야가 격돌하고 있는 것을 보면 대기업에 대한 인식의 격차가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된다.
외환위기 이후 상당기간 기업경영의 투명성 제고를 위한 제도개선과 시장의 감시장치가 적지않게 강화됐음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은 아직 풀어놓을 수 없는 대상이라는 게 정부와 여당의 시각인 듯하다. 반면에 대기업을 옥죄는 법개정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야권의 입장이다.
이번 공정거래법 개정안 중에서 주요쟁점 사항은 크게 출자총액제한제도, 금융보험사의 의결권 행사축소, 계좌추적권 연장, 대기업 총수의 친인척 지분공개 등으로 요약된다.
이중에서 최대 쟁점은 역시 출자총액제한제도이다. 정부와 여당이 미는 개정안은 기본적으로 출자총액제한제도의 틀을 유지하되 졸업기준 도입 등을 통해 부분적으로 완화해나가는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당사자인 재계와 야당은 단순히 자산규모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출자를 제한하는 것은 세계화시대에 국내기업에 대한 역차별일 뿐 아니라 신규투자를 저해하는 등 부작용이 크므로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각각 나름대로 근거와 이유가 있어 어느쪽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외국에는 사례가 없는 독특한 제도가 생겨나게 된 데는 계열사에 대한 순환출자를 통해 가공자산을 만들고 이를 통해 총수가 지분 이상의 의결권을 행사해온 한국적 기업풍토가 깔려 있다. 이런 면에서 한국의 대기업은 제도 탄생의 원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 같다.
자산규모에 근거한 규제는 역차별
그렇다고 출자총액제한제도를 마냥 유지하는 것이 우리 경제를 위해서 옳은 일인가 하는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우선 출자총액제한제도는 자산규모가 크다는 이유에서 비롯되는 대표적인 역차별 규제의 하나이다.
자산규모가 5조원이 넘는 기업집단의 계열사는 현재 25개 법령에 의해 논란이 되고 있는 출자총액제한제도를 비롯해 무려 50여건의 규제를 받고 있다.
그러나 자산규모 5조원은 국내기준으로 보면 클지 몰라도 글로벌 관점에서 세계시장을 무대로 활동하는 다국적기업들에 비하면 중소기업에 불과한 실정이다. 세계 각국의 기업들이 글로벌시장을 무대로 총체적으로 충돌하는 무한경쟁시대에 국내기업에 이 같은 역차별적인 규제를 하는 것은 마치 마라톤선수에게 모래주머니를 달고 뛰라는 격이라고 불만이다.
글로벌 경영이라는 입장에서 보면 자산의 크기는 기업경영의 당연한 목표의 하나이고 좋은 경영성과로 기업규모가 커질 경우 규제가 아니라 칭찬하고 장려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모회사의 대주주가 계열사를 통해 자회사를 지배하는 것은 다른 나라에서도 일반적인 현상으로 국제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것도 출자총액폐지론자의 주장이다.
투자활성화 차원서 대안 찾아야
더구나 자산규모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역차별적인 규제를 하는 경우 결과적으로 기업들의 투자위축으로 이어지고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약화시키게 된다는 주장을 듣고 있으면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가 출자총액제한제도 때문에 더 어려워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도 된다.
출자총액제한제도 때문에 실질적으로 기업들의 투자가 얼마나 안되는지에 대한 실증적인 자료는 없다. 그러나 기업들이 투자부진의 이유로 출자총액제한제도를 단골메뉴로 들고나오는 것을 보면 투자부진에 전혀 영향을 안 준다고 단언하기도 어려울 것 같다.
현재 우리 경제를 먹여 살리고 있는 자동차ㆍ반도체ㆍ조선ㆍ석유화학 등 막대한 자본이 소요되는 주력산업의 대부분이 대기업 계열사들의 협력적 투자의 산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꼽히는 ITㆍBTㆍNT등 이른바 유망첨단산업에 뛰어들기 위해서는 최소한 수조원의 자금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출자총액제한제도와 같은 규제를 두고서 가능하겠는가 하는 노파심을 떨치기 어렵다.
사정이 이렇다면 대기업 출자의 폐해를 막으면서 미래지향적인 투자도 살릴수 있는 제3의 대안을 찾는 것이 생산적일 것 같다. 가령 출자총액제한제도는 폐지하되 만약 가공자산을 만들어 총수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기업주에 대해서는 일벌백계로 다스리는 방법은 없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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