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미국을 제치고 세계최대 경제대국에 올라서며 '팍스 시니카' 시대를 열 것으로 전망됐던 중국이 삐걱거리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수출 급감 등으로 촉발된 경기 경착륙 우려는 내수 성장 동력 부재 등 내부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노출시키고 있다. 특히 시진핑 국가 부주석이 지난 1일 이후 11일째 공식석상에서 사라진 사태를 계기로 '죽의 장막'이 여전히 드리워진 권력 체계가 중국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발목을 잡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
국가 주도의 시장경제라는 중국 특유의 발전 모델, 이른바 '베이징 컨센서스'가 한계에 부쳤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중국이 팍스 시니카를 완성하기도 전에 중진국 함정에 빠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당초 올 2ㆍ4분기를 저점으로 반등할 것으로 기대됐던 중국 경제는 수출은 물론이고 소비, 투자 등 주요 지표들이 약세를 면치 못하면서 올해 중국 정부가 마지노선으로 정한 7.5% 성장률 달성도 힘들 것이라는 비관론마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로버트 졸릭 전 세계은행(WB) 총재는 "중국 경제의 리스크는 미국, 유럽연합(EU) 등 선진 경제의 불황 때문이 아니라 중국 경제의 내부의 구조적인 문제"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중국 지도부도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해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을 위해 과거의 수출ㆍ투자 중심에서 민간ㆍ내수 주도로의 경제성장 모델로의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중차대한 과제를 안고 있는 터에 '정치 리스크'까지 터지면서 중국 경제의 예측 불가능성이 더욱 미래 불가측성이 더욱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
현재 5세대 차기 지도자로 낙점된 시진핑 국가 부주석이 권력 교체가 확정되는 내달 18차 공산당 대표대회를 목전에 두고 외빈 면담을 잇달아 취소하는 등 공식석상에 일체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정치계파간 권력다툼으로 순조로운 권력 이양에 문제가 생긴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돌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5년마다 열리는 중국의 당 대회 일정은 해당년도 8월말에 일정이 발표되는 것이 통례이지만 시 부주석의 부재로 사전 행사인 정치국원, 중앙위원 회의가 열리지 못하면서 18차 당대회는 일정도 잡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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