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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 나이로비의 조모케냐타국제공항에서 도심까지 걸리는 시간은 차로 불과 20~30분이다. 하지만 불과 지난해만 해도 2시간가량이 소요됐다. 근접성 개선의 일등 공신은 다름 아닌 공항과 도심을 잇는 50㎞ 길이의 왕복 8차선 '티카' 고속도로다. 이 도로는 중국의 작품. 중국 정부가 도로에 소요되는 공사비 전액인 3조5,000억원을 지원한 데 따른 것이다.
이쯤 되면 케냐 정부나 국민이 중국에 호감을 갖는 게 당연한 이치. 그런데 현지 출장에서 들은 얘기는 정반대였다. 서강석 KOTRA 나이로비 무역관장은 "중국은 티카 고속도로를 만들면서 공사 인력을 현지에서 고용하지 않고 모두 중국에서 데려왔다"며 "중국은 천문학적인 돈을 투입하고도 높은 실업률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케냐 정부, 일자리를 얻고자 하는 현지인들 모두에게 반감을 사게 됐다"고 말했다. 건물 건축 쪽도 상황은 마찬가지. 중국은 건축 기자재와 인력을 모두 중국에서 공수해와 아프리카인들로부터 원성을 사고 있다.
아프리카 현지인들의 중국에 대한 원성은 이것뿐만이 아니다. 중국이 정부 주도로 아프리카의 자원을 싹쓸이하다시피 하자 현지에서는 위기론이 팽배해 있다. 현지에서 만난 한 자원 개발 전문가는 "중국 최고위층이 아프리카 정상을 만나 선물 보따리를 풀어놓으니 아프리카 입장에서는 중국이 주도하는 사업에 힘을 실어줄 수밖에 없는 형국"이라며 "하지만 아프리카인들은 내심 중국이 자기들의 자원을 전부 빼내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프리카 시장 공략을 논할 때 빠지지 않는 게 중국의 전략이다. 그런데 중국은 이처럼 아프리카 시장에서 적잖은 비난을 받는다. 최근 들어 우리 업체들이 아프리카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는데 중국의 사례는 참고할 만한 가치가 있다.
자원 개발 등의 분야에서 리스크 테이킹(위험 부담)을 지나치게 회피할 필요는 없다. 적극적인 시장 공략 등의 과제를 풀어내더라도 중국의 잘못을 답습한다면 아프리카를 장차 신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우리 기업의 목표는 허울뿐인 구호가 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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