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하반기에 글로벌 헤지펀드 투자에 나선다.
전광우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12일 서울 역삼동 르네상스서울호텔에서 열린 예경포럼 조찬간담회에서 '국민연금의 변화와 도전'이라는 주제로 강연하며 "투자 다변화를 위해 헤지펀드, 상품투자, 해외 부동산, 해외 자원 개발 등 다양한 대체투자 대상을 발굴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연 후 전 이사장은 기자와 만나 "(헤지펀드 투자가) 가을쯤에 가능할 것 같다"며 시기를 못 박았다. 국민연금이 수익률은 높지만 그만큼 손실 가능성이 큰 헤지펀드에 투자하기로 결정했음을 내비친 것이다.
이와 관련해 보건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헤지펀드는 국민연금의 대체투자 자산군에 포함돼 있지 않아 현재로는 투자할 수 없다"면서도 "공단에서 헤지펀드 투자를 계획하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복지부도 실무적으로 투자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은 지난 2008년에도 기금운용위원회 실무평가위원회에서 헤지펀드 투자방안을 논의했으나 당시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 등의 영향으로 이 안건은 기금위에 정식으로 상정되지 못했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기금 규모(3월 말 기준 333조원)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국내 자본시장에 대한 지배력이 커지고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는 등 투자 포트폴리오 다각화의 필요성에 따라 재차 헤지펀드 투자를 시도하게 됐다. 전 이사장은 "위험 분산과 수익률 제고를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 이사장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민연금의 해외 및 대체투자는 40조6,000억원(적립금 대비 12.5%)으로 해외 연기금에 비해 여전히 낮은 비중이다. 오는 2015년까지 20% 이상으로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공단은 이를 위해 4월 초 최근 미국 뉴욕에서 열린 투자설명회에 이찬우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이 참석해 유명 헤지펀드 관계자들과 잇따라 만났다. 이와 별도로 2월에는 기금운용본부 조직을 확대 개편했고 현재 대체투자실에서 헤지펀드 투자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 이사장이 시기를 가을로 예상하고 복지부가 실무 검토에 들어갔지만 실제 투자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복지부 관계자는 "기금위까지 올라가 의결돼야 하는데 투자에 따른 리스크, 레버리지 비율(증거금대비 총투자금액) 등에 의견이 다양하다"며 "아직까지 결정된 것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이날 전 이사장은 ▦블라인드 펀드를 통한 국내 중소형 빌딩 투자 ▦삼성ㆍSKㆍKTㆍGS 등 국내 우량기업과의 협력을 통한 신재생에너지ㆍ해외자원 등에 대한 투자계획도 밝혔다.
◇헤지펀드(hedge fund)= 투자지역이나 대상 등에 규제를 받지 않고 고수익을 노리는 투기성 자본. '헤지'가 위험을 회피 분산한다는 의미지만 헤지펀드는 투기적 성격이 강하고 리스크도 그만큼 크다. 소수의 고액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며 주식이나 채권 외에 파생상품 등에도 적극적인 투자를 한다. 조지 소로스의 퀸텀펀드, 줄리언 로버트슨의 타이거펀드가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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