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시장에 공매도(short sale)에 대한 논란이 격화하고 있다. 미국에 이어 영국 금융당국이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주식 공매도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하면서 찬반 논란이 달아오르고 있다. 공매도는 투자자들이 증권회사로부터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주식을 빌려 매각하고, 다음 주가가 떨어지면 싼값에 주식을 사들여 빌린 주식을 되갚는 투자 기법이다. 투자자들이 주가가 하락할 경우에 대비해 위험회피 전략으로 공매도를 이용해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영국 금융정보청(FSA)은 증자를 통해 주주에게 배정된 주식의 0.25% 이상 공매도할 경우 이를 신고하도록 하는 규제를 25일부터 시행키로 했다. 일부 헤지펀드들이 금융 회사의 주식을 공매도해 주가가 급락하는 등 시장에 주는 부작용이 크다는 판단 때문이다. 영국에서는 미국계 사모펀드인 하빈저가 최대모기지회사인 HBOS의 주식 3% 가량을 공매도한 직후에 HBOS의 주가가 신주발행 기준가격 아래로 떨어졌다. 앞서 미국에서는 헤지펀드 그린라이트의 데이빗 아인혼 매니저가 리먼브라더스 주식을 공매도했다. 호주 투자회사인 밥콕&브라운은 최고경영자(CEO)가 나서 자사의 주가하락 원인은 공매 투자자(short-seller)들이 악성 루머를 퍼뜨렸기 때문이라고 비판하는 등 공매도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캐나다의 제약사인 바이오베일은 공매도 때문에 주가가 하락했다며 공매투자자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세계적으로 공매도에 대한 감독이 엄격해지는 추세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도 지난해 말 기업들이 기업공개(IPO) 이후 일정기간 공매도를 금지하는 규정을 마련했다. 인도 및 일부 아시아 국가들도 올들어 비슷한 조치를 취했다. 공매도 전략은 400년 전 개발된 이래 시장이 붕괴되고 경영상황이 악화될 때마다 기업들로부터 지탄을 받아왔다. 17세기 네덜란드 튤립 시장에 투기세력이 몰려든 끝에 붕괴됐을 때나 1929년 뉴욕증시 폭락, 올해 베어스턴스의 몰락이 대표적인 경우다. 하지만 공매도 규제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주식투자자들이 주가상승에만 기대를 걸어야 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다. 한 공매투자자는 “공매도가 언제나 악성루머를 퍼뜨리거나 금융시스템 전체를 위험에 빠뜨리는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FSA도 공매도가 유동성공급 및 시장 효율성 유지에 도움을 준다고 인정했다. 지난 2002년 닷컴 버블이 붕괴하면서 주가가 폭락, 공매도에 대한 불만이 고조됐을 때도 당시 하워드 데이비스 FSA 회장은 “공매도가 시장을 어지럽히고 있다는 증거는 없다”고 언급했다. 공매도는 신호등 역할도 한다. 엔론이나 타이코의 회계부정이 드러나기 전, 공매도가 몰렸던 게 대표적인 사례다. 주장이 엇갈리는 만큼 경제관료들의 고민도 깊다. 한 FSA 고위관료는 “공매도는 합법적인 투자기법이지만 극단적으로 오용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제재하는 것”이라고 털어 놨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