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행복에 미치는 영향 너무 커
돈만 좇지말고 공존·조화 중시하는 1979~1992년 태어난 에코세대가
정치 무관심 탈피 사회에 참여해야
중산층을 따지기 전에 '행복하냐'고 먼저 물었다. 계층을 연구하는 근본 이유가 결국 개인과 사회의 '행복'을 찾고자 하는 것이므로. 지난해 서울대 행복연구센터에서 성인 834명을 대상으로 경제적 수준과 행복의 상관관계를 조사했더니 삶의 만족도는 아파트 평수가 늘어날수록 증가했다.
큰 평수의 집에 산다고 모두가 행복한 것은 아니지만 삶에 대한 전반적 만족감은 분명 높았다. 이는 한국인의 현실에서 돈이 행복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 있음을 뜻한다.
반면 정치적 신념이나 사회적 이슈는 그것이 아무리 중요하다 해도 개인이 체감하는 행복에는 별 영향이 없었다. 결국 행복은 진보나 보수의 문제가 아닌 철저한 삶의 문제였다.
심지어 계층격차의 심각성을 알고 있는 소득 하위계층이 진보적 성향을 가지기 마련임에도 불구하고 보수정당을 지지하는 '계급 배반 투표'가 나타나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이 책은 오늘날 한국사회의 갈등 기저에 계층격차가 심각하게 뿌리박고 있음을 발견하고 그 원인과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서울대 교수 5명이 머리를 맞댄 결과물이다.
계층 갈등의 문제를 사회과학의 특정한 분야가 혼자서 해법을 찾을 수 없기에 심리학과 최인철,정치외교학부 강원택,사회학과 이재열,경제학부 김병연,사회복지학과 안상훈 교수가 공동집필했다.
그렇게 들여다본 한국사회의 가장 큰 문제점은 심각한 양극화와 함께 중산층이 사라져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경제성장으로 물질적 풍요를 얻었지만 자살률은 OECD 가입국 중 최고수준이며 국민 생활 만족도는 최저수준이다.
한국의 연간 근로시간은 멕시코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길었고 노동생산성은 평균 이하다. 밤낮으로 일하고 늘 피로에 절어있던 경제 역군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 출생 세대)가 50대 초중반에 직장에서 밀려나게 되면서, 그들이 형성했어야 할 중산층은 자신감과 존재감 모두를 잃었다.
중산층의 의미는 '중간소득계층'이므로 소득 순위별로 사람들을 줄 세워 그 가운데 부류를 추출한다면 '중산층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문제는 객관적 지표를 통해 중산층으로 분류된 사람들 상당수가 스스로를 중산층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80년대 후반에 전체 인구의 60~80%가 자신을 중산층으로 여긴 데 반해 지난해 조사에서는 그 비중이 20%에 불과했다.
중산층임에도 '서민'을 자청하게 된 이유는 주위 사람들과의 격차에서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 때문이라고 책은 지적한다. 이같은 고도경제성장과 민주화가 가져온 성공의 위기에 대한 해법으로 저자는 '탈물질주의'를 제안한다.
특히 인구의 20% 정도를 차지하는 에코세대(1979~1992년 출생 세대)의 태도에 주목하는데, 이전 세대처럼 아웅다웅 돈만 좇지 않고 탈권위적·친환경적이며 공존과 조화를 중시할 줄 아는 에코세대가 정치적 무관심을 극복하고 적극적 사회참여에 나설 때 한국사회의 중요한 분기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심각한 문제는 사회 취약계층이 이념과 지역에 의존하는 주요 정당들에 대해 자신들을 대표해 줄 것이라는 믿음도 기대도 할 수 없다는 '정치적 후진성'이다.
따라서 한국경제의 미래를 낙관하는 국민 희망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정치 발전이 필수다. 그래야만 복지국가로서 전환기에 서 있는 한국 복지정책의 성공 여부가 결정된다.
정치적 생색내기가 아닌 가치와 이해, 그리고 사회적 합의를 통한 복지정치가 필요하다고 책은 제언한다. 1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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