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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외화유출 위험수위

해외여행이나 유학연수 경비, 증여성 송금 등을 통해 해외로 빠져 나간 개인 자금이 올들어 5월까지 80억7,000만달러를 기록했다. 10조원에 육박하는 이 자금은 송금 성격상 대개 해외에서 소비되는 돈으로 볼 수 있다. 국내의 소비는 갈수록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해외에서 소비되는 자금 흐름은 전혀 딴판이다. 해외여행경비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15%나 늘어났고 유학연수 경비는 무려 32%나 증가했다. 미국ㆍ일본ㆍ독일 등 선진국의 경우 불황이면 해외여행이나 연수가 줄어드는 게 일반적인 추세다. 일본의 경우 불황이 깊어지면서 한국 방문객이 줄어들었고 최근 경기가 상승세를 타면서 다시 증가하고 있다. 한국은 왜 다른가. 해외여행이나 어학연수 등은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는 일종의 사치품이다. 여름휴가철에 해외 각지로 나가는 항공권은 이미 동이 났다고 한다. 이 기간의 해외지출을 포함할 경우 올해 개인의 외화유출은 더 가파른 증가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불황의 골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는데도 개인의 해외지출이 급증하고 있는 것은 부유층의 해외지출 증가가 주요 요인으로 분석된다. 불황 하에서 서민층의 주머니 사정은 더욱 나빠져 해외여행 등은 엄두도 못 낼 지경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이 같은 높은 외화유출증가세는 합법적인 지출 경로에 따라 파악된 것이다. 불법적인 외화유출을 포함할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해외재산도피에 이용되고 있는 환치기는 올 상반기에만 8,261억원에 달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배나 늘어났다고 한다. 이렇게 불법으로 나간 돈이 불법적인 외국부동산 및 골프장 회원권 투자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어렵게 벌어들인 외화가 불법으로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은 당연히 막아야 한다. 당국은 관계 기관의 공조체제를 다져 국부 유출과 그에 따른 경제성장동력의 약화를 막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최근의 외화유출 증가세는 불법 유출망 차단만으로는 대세를 꺾기가 어려운 형국이다. 부유층이 국내보다는 너도나도 해외에 나가서 상품을 사겠다는 분위기를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국내에서 고가품을 사면 왠지 눈치가 보인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는 가진 자에 대한 질시와 반기업적 정서의 시정 없이는 해결이 어렵다. 사유재산권과 시장경제 질서를 무시하는 듯한 여당내 인식도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 국내에서 사고 싶어도 가격 및 품질면에서 외국보다 크게 뒤지는 서비스산업의 육성도 시급하다. 이헌재 부총리가 골프장 230여개를 추가로 만들 수 있도록 연내 허가하겠다고 밝혔다. 대량 공급에 따른 골프장 수익성 악화 및 환경문제 등의 난제가 적지않으나 소비능력이 있는 사람이 국내에서 돈을 쓰도록 하겠다는 의지하나는 평가할 만 하다. 자녀교육ㆍ의료서비스 등 해외 지출이 많은 또 다른 분야에 대해서도 이 같은 획기적 발상과 과감한 실행을 할 수 없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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