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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며 비무장지대(DMZ) 횡단을 추진 중인 미국의 여성운동가 글로리아 스타이넘(사진)은 11일(현지시간) "우리는 걸어서 DMZ를 횡단하기 희망한다"며 남북한 정부 당국에 승인을 촉구했다.
스타이넘을 비롯한 '위민 크로스 디엠지' 회원들은 이날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한반도 평화와 남북 통일을 염원하며 남한과 북한을 가로막은 DMZ를 걸어서 넘고 싶다는 계획을 밝혔다.
회견에는 스타이넘 외에도 월트 디즈니의 손녀인 미국 영화제작자 애비게일 디즈니, 미국의 퇴역 육군 대령 앤 라이트, 수지 김 미국 럿거스대 교수, 정책분석가로 이 행사를 기획한 크리스틴 안, 정현경 미국 유니언신학대 교수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오는 5월24일 12개국의 여성운동가 30명이 북한에서 남한으로 DMZ를 걸어서 넘는 구상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한국 정부, 북한 정부, 그리고 비무장지대를 지키는 유엔군 사령부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스타이넘은 "인류를 가로막은 가장 상징적인 시설이 DMZ"라면서 "DMZ를 걸어서 넘는 것이 나에게는 너무너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반도 여성 평화 걷기'로 이름 붙은 이 행사에는 지난 1976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북아일랜드의 메어리드 매과이어와 2011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라이베리아의 리마 보위 등도 참가할 계획이다. 크리스틴 안은 "DMZ를 지키는 유엔군 사령부는 한국 정부의 동의를 전제로 잠정 승인했으며 북한은 원칙적인 승인 방침 아래 여건이 성숙하면 최종 허락하겠다는 입장"이라면서 "아직 한국 정부는 공식적인 언급이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승인이 나지 않으면 어떻게 할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2013년 뉴질랜드인 5명이, 지난해에는 한국계 러시아인 32명이 승인을 받아 DMZ를 통과했던 것을 언급하며 기대를 내비쳤다.
한편 정부는 이날 이 단체의 계획과 관련, "외국인은 방북 및 방남 승인 대상이 이니다"라고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남북한 주민이 아닌 경우에는 남북교류협력법에 따른 방북 승인을 할 수는 없다"면서 "DMZ를 지난다면 유엔군 사령부를 통해 (통행을 위한 신청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우리 정부로부터 일종의 출입국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이와 관련해 당국자는 "방북 경로 등 구체적인 계획이 우리 측에 전달되면 법무부와 외교부 등 관계 부처와 협의를 해봐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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