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치권이 현대사 해석을 둘러싸고 ‘역사 전쟁’을 뜨겁게 벌이고 있다.
야당은 최근 교학사 역사 교과서 왜곡 논란에 이어 뉴라이트 출신인 유영익 한동대 교수가 국산편찬위원장에 내정되자 급기야 ‘역사 쿠데타’, ‘현대판 사화(史禍)’ 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반면 청와대와 여당은 “좌편향 역사관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맞서고 있어 정기국회 내내 역사전쟁이 가열될 전망이다.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24일 서울광장 천막당사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유 신임 위원장에 대해 “대표적인 친일ㆍ친독재 뉴라이트 학자를 내정한, 역사학계에서 참으로 최악의 인사이자 막장형 인사”라며 “교학사 역사왜곡 교과서의 배후가 청와대였다는 사실이 사실상 입증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관영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이 생각하는 ‘올바른 역사인식’이 바로 일본 제국주의와 친일인사 긍정, 독재 대통령들에 대한 찬양 등 4·19혁명 정신과 헌법정신을 거스른 유 내정자의 역사인식과 다를 바 없음을 고백한 것”이라며 ‘현대판 사화’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유기홍 민주당 ‘역사교과서 친일미화 왜곡대책위원회’ 위원장 등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도 기자회견을 열어 “박근혜 정부의 ‘역사 쿠데타의 시작’이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정기국회에서 철저하게 따지겠다고 별렀다.
하지만 여권은 “좌파와의 역사전쟁을 통해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새누리당의 경우 100여명의 의원들이 참여한 ‘근현대사 역사교실’을 중심으로 뉴라이트 교과서를 적극 옹호하는 분위기이다. 이 모임을 이끌고 있는 김무성 의원은 유력한 차기 당권주자의 한 명으로 꼽히며 소위 ‘좌편향 역사관’에 대응해 이승만ㆍ박정희 전 대통령의 공을 부각시켜 보수진영의 가치를 확립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민중사관에 기초한 역사교과서로 공부를 한 결과,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사태까지 나왔다”고 지적했다.
청와대와 정부도 ‘현대사 다시 쓰기’에 대한 의지가 남다르다. 교육부는 최근 친일ㆍ독재 미화논란에 휩싸인 교학사 교과서의 검정을 취소하라는 여론에 대해 10월 말까지 교학사 교과서를 포함한 총 8종의 역사교과서를 모두 재검토해 수정하겠다고 비껴가 논란을 자초한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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