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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교 대신 절제된 손맛… '뺄셈의 미학'

학고재 29일부터 '디자인의 덕목' 기획전

형제 디자이너 로낭과 에르완 부훌렉의 조명 작품인'콩크3' (왼쪽부터)와 마 르탱 세클리의 돌로 표면을 장식한 철제 테이블이 한국화가 이우환의 그림과 동서양을 초월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프랑스 디자이너 마르탱 세클리의 붉은색 원형탁자(왼쪽부터)와 네덜란드 디 자이너 헬라 용에리위스의 조명, 화가 정상화의 추상화는 공통적으로 절제된 손맛의 힘을 보여준다

좋은 디자인이란 어떤 것일까? 해답의 실마리를 추사 김정희(1786~1856)가 쓴 글씨에서 엿볼 수 있다. 봉은사 판전(불경 목판을 보관하는 건물) 현판으로 쓴 추사의 말년작 '판전(板殿)'은 어눌함과 고졸미(古拙美)의 극치를 보여준다. 역대 명필의 장점만을 모아 독특한 추사체를 만들어낸 대가의 마지막 선택은 모든 기교를 버린 채 붓 가는대로의 자연스러움만 남긴 것이었다. 무기교의 정점을 보여준 추사는 이 글씨를 쓰고 사흘 만에 세상을 떠났다고 전해진다.

학고재갤러리가 29일부터 시작하는 기획전 '디자인의 덕목'은 추사의 '판전'으로 시작한다. 심미성에 실용성이 더해진 디자인의 덕목으로 화려함과 기교를 빼고 단순함과 절제를 실천하는 '뺄셈의 미학'을 강조한 전시다.

조선시대 가구 반닫이 중에서도 강화반닫이는 세공이 섬세하지만 요란하지 않은 기품이 있어 왕실에서 즐겨 사용됐다. 전시장 초입에 묵직하게 서 있는 강화반닫이는 무쇠장식의 손맛과 소나무 결을 그대로 보여준다. 위쪽으로 걸린 독일화가 팀 아이텔의 그림이 묘한 조화를 이뤄 "동서고금이 어우러진 전시"를 지향한 한 우찬규 대표의 기획의도를 드러낸다.

맞은 편에는 기울어진 서랍장이 마치 하늘로 오르는 계단을 형상화 한 듯 신비감을 내뿜는다. 쓰러질 듯하지만 맨 아래쪽이 무겁게 역학적으로 디자인돼 끄트머리에 사람이 앉아도 끄떡없다. '환상의 여왕들'이라는 별칭을 가진 스웨덴 출신의 3인조 디자인팀인 '프론트 디자인'은 2007년 디자인 마이애미에서 미래의 디자이너상을 받았다.



프랑스 디자이너 마르탱 세클리의 새빨간 원형탁자는 디자인의 근본정신을 보여주는 절제된 단순미 하나만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작가는 파리 퐁피두센터에서 개인전을 열 정도의 실력파로 국제적 명성을 쌓고 있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소수의 컬렉터들 만이 그 이름을 안다. 그 옆 오뚜기형 조명등은 네덜란드 디자이너 헬라 용에리위스의 작품으로 실매듭의 수공예적 재미가 남다르다. 이들 가구는 한국의 모노크롬 화가 정상화의 작품, 벽에 걸린 동그란 소반(小盤)들과 절묘하게 어울린다.

영국 디자이너 제임스 얼바인의 기하학적인 책장은 조선 후기 책가도와 시대를 초월한 조화를 보여준다. 프랑스의 형제 디자이너 로낭과 에르완 부훌렉의 작품인 '콩크3(Conques3)'은 벽을 타고 자라난 검정 완두콩 모양의 조명이다. 자연친화적인 이 작품을 두고 젊은이들은 컴퓨터용 마우스를, 중년 이상은 반딧불이를 떠올리곤 한다. 이 조명등은 3개의 점으로 구성된 이우환의 추상화와 나란히 벽을 채웠다. 전시는 3월20일까지. (02)720-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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