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과장인 최모(35)씨는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재건축 아파트를 대출 2억원을 포함해 6억5,000만원에 매입했다. 하지만 대출이자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재건축사업이 차일피일 미뤄지자 1억원 오른 7억5,000만원에 아파트를 팔았다. 최씨는 대신 대구 수성유원지 일대 상가를 매입한 뒤 음식점을 입점시켜 매달 500만원의 월세 수입을 얻고 있다. 서초구 소재 오피스텔에 월세로 거주하면서 매달 140만원의 임대료를 지불한 후에도 300만원의 순수익을 거두고 있는 셈이다.
30대가 수익형 부동산 시장에서 베이비붐 세대의 뒤를 이어 새로운 주류로 급부상하고 있다. 최근 전세난에 지친 30대 실수요자들이 분양 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데 이어 아예 투자까지 나선 것이다. 비교적 낮은 금액으로 투자할 수 있는 오피스텔을 넘어 진입 장벽이 높은 상가 투자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분양을 진행한 오피스텔의 전체 계약자 중 30대의 비율이 20~3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월 평균 청약경쟁률 422.3대1, 최고경쟁률 800.4대1의 '대박'을 터뜨렸던 현대엔지니어링의 '힐스테이트 광교' 오피스텔의 경우 30대 계약자가 전체의 27%에 이른다. 대우건설이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짓는 '마포한강 2차 푸르지오 오피스텔' 역시 30대 계약자가 20%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단지는 20대 계약자 비율도 3%에 이른다.
인근 L 공인 관계자는 "분양가가 3.3㎡당 평균 1,365만원으로 비싸 사실 젊은 층이 투자하기 어려운 단지이지만 임대 여건이 좋아 대출을 끼고서라도 사고 싶어하는 문의가 전부터 자주 있었다"고 밝혔다.
현재 계약이 거의 완료된 현대산업개발의 서울 강서구 '마곡 아이파크' 오피스텔도 전체 계약자의 17%가량이 3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마곡 지역의 오피스텔에 투자한 직장인 조모(31)씨는 "결혼 전 약간 모든 목돈을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아 찾아보다가 분양받게 됐다"며 "입주가 시작되면 인근 직장에서 세입자를 금방 구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월세로 용돈 벌이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여유자금이 좀 더 많은 30대의 경우 상가 투자에 나서기도 한다. 최근 청약 접수 결과 평균 68대1, 최고 297대1의 경쟁률을 기록한 GS건설의 서울 마포구 '공덕 파크자이' 상가의 경우 모델하우스에 30대 젊은 층의 관심이 높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월세 비중이 늘어나는 등 거주 여건이 변하면서 집을 반드시 소유하려고 하기보다는 월세살이를 택하는 대신 상가 투자로 수익 창출을 실현하는 경우도 있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저금리 등의 분위기에서 최근 30대의 상가 투자 상담이 과거보다 늘었다"며 "본인은 전셋집에 살면서 상가만 벌써 3개째 투자하는 30대 사례도 있을 정도로 투자 패턴이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이춘우 신한은행 PWM태평로센터 PB팀장도 "먼 미래의 주택시장은 분명 수요가 한정돼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내 집 마련을 하기보다는 투자 전략을 바꿔 수익형 부동산 쪽으로 눈을 돌리는 30대가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경원·정순구 기자 naher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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