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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환자를 보거나 이송하는 과정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에 감염돼 확진 판정을 받는 병원 종사자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방역 최전선에서 사투를 벌이다 바이러스에 노출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의사·간호사·이송요원 등 병원 관련 업무 종사자들의 경우 직업의 특성상 여러 환자들을 만나면서 또 다른 바이러스 전파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더욱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17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날 추가된 메르스 확진자 8명 가운데 160번째(31), 162번째(33) 등 2명은 의료진이다. 강동경희대병원 레지던트인 160번 환자(31)는 지난 5일 76번째 환자(75)가 응급실에 방문했을 때 같은 공간에 있다가 바이러스에 노출됐다. 삼성서울병원 방사선 촬영기사인 162번째 환자(33)는 11~12일 엑스레이 사진을 촬영하다 메르스 환자와 접촉한 것으로 추정된다. 권준욱 복지부 메르스중앙관리대책본부 기획총괄반장은 이날 열린 브리핑에서 아직 역학조사가 현재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전제로 "162번째 환자는 4명 이상의 확진자를 촬영한 것으로 보인다"며 "메르스 환자가 자신과 정면으로 마주한 채 기침을 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로써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병원 종사자는 모두 28명으로 늘어났다. 전체 메르스 환자 162명의 17.28%다. 의사 5명, 간호사 9명, 간병인 7명, 방사선사, 구급차 운전자 7명 등이다. 보건당국은 이들 중 일부가 외부로 노출돼 추가 감염 사례가 나올 수 있다는 사실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권 반장은 "삼성서울병원의 경우 14번째 환자로 말미암은 환자 발생은 이제 마무리돼가고 있는 추세지만 응급 이송요원 노출로 인한 환자 발생 여부는 목전의 문제"라며 "14번째 환자와 마찬가지로 137번째 환자의 동선도 굉장히 다양했지만 내내 마스크를 사용했고 폐렴의 강도가 14번째 환자와 비교해 강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병원 종사자들의 경우 일반 환자와 달리 노출이 더 많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보다 강화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이 같은 맥락에서 나온다. 권덕철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총괄반장은 "삼성서울병원 전 직원을 대상으로 발열 검사 등을 실시하기로 했다"며 "더욱더 철저하게 최선을 다해서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의료진 스스로도 메르스에 감염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건양대병원에서는 N95 마스크와 고글, 방호복 등 개인보호장구를 모두 갖춘 의료진이 심폐소생술 중에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사고가 일어났고 구급차 운전자는 이송 중인 환자가 메르스 환자인 줄 모르고 보호장구를 착용하지 않았다가 감염되기도 했다.
이에 앞서 보건의료노조는 16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환자와 밀접접촉할 수밖에 없는 의사 등 병원 종사자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인력을 지금보다 2배 이상 늘리고 환자 이송 업무 등을 외주화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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