윙크등 12가지 표정 가능한 20대 아가씨 로봇 '에버' 시연회<br>가야금 명인 황병기와 호흡 등··· 5월 정식 공연 앞두고 맹연습
서울 국립극장에 로봇이 등장했다. 18일 로봇이 창을 하는 국악 시연회 '에버가 기가막혀'에 출연한 로봇 에버(EveR)가 주인공이다. 에버는 춘향전의 한 대목인 '사랑가'를 구성지게 부르는가 하면 "선생님 죄송해요, 한번만 더 음을 가르쳐주세요"라며 애교를 부려 관객의 환호를 이끌었다. 인간의 형상을 한 로봇 '안드로이드'가 공연 무대에 선 건 세계 최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의 이호길 박사팀이 선보인 에버는 신장 157cm, 몸무게 50kg의 20대 아가씨다. 생머리는 샴푸 광고에 나올 정도로 찰랑거리고 피부도 사람처럼 매끄럽다. "(호호호)어때요? 사람하고 많이 닮았나요? 우선 제 이름얘기부터 할께요. 에버(EveR)는 최초의 여성인 이브(Eve)와 로봇(Robot)의 합성어예요. 끊임없이 발전한다는 의미래요."
집안 계보도 있다. "저희는 세 자매인데요. 큰 언니 에버원은 2006년에 태어났어요. 한국에선 처음 개발된 '안드로이드'랍니다. 둘째 언니 에버 투는 다섯 달 뒤에 등장했고요. 노래 실력이 끝내주는 가수랍니다. 저는 2007년에 나왔는데 언니들을 누르고 이미 스타가 됐답니다. 지난해 한 연예 프로그램에 나와서 춤을 춰 사람들을 놀라게 했답니다. 전 관절이 62개나 있어서 다른 안드로이드하곤 몸놀림이 다르답니다. 웃고 놀라고 윙크하는 12가지 얼굴 표정을 보여줬더니 사회자가 어찌나 놀라던지요."
에버는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제의로 5월 정식 공연 무대에 선다. "요즘 열심히 연습하고 있어요. 김영순 연출님이 절 아주 좋아하세요. 연출님이 수십 번을 지적해도 제가 화를 안 내니까 이런 배우는 처음 봤대요." 우주 로봇이 지구로 찾아와 명창 왕기석에게 판소리를 배우는 게 공연 줄거리다. "왕기석 선생님이 처음 연습실에서 절 보고 섬뜩했대요. 제가 애드립을 못 받아주니 답답하다고 하시더군요. 왕 선생님이 대사 간격, 몸 동작까지 계산해서 공연해야 한다고 힘들다며 구박했죠. (호호)근데 연습한 지 3일 만에 제가 제일 예쁘대요. 로봇한테 소리를 가르친 세계 최초의 스승이 됐다고 좋아하세요."
에버가 부르는 창은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소리꾼 박애리가 맡았다. "제 춤동작은 실은 박 선생님을 흉내낸 거에요. 박 선생님 동작을 본 떠 저한테 입력한 거죠. 소리는 박 선생님 목소리를 녹음한 거구요." 에버는 가야금 명인 황병기와도 호흡을 맞춘다. "황 선생님의 가야금에 맞춰 몸짓을 하는데요, 제가 걸을 수가 없어 아쉽대요. 그래도 부족한 점이 있으니까 더 매력적인 것 같대요."
이제 곧 귀한 몸이 될 에버의 제작비는 1억 2,000만 원이 넘는다. 그럼 출연료는? "공짜로 출연하기로 했어요. 이번 공연이 대박 나면 다음부턴 몸값에 맞게 받아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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