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주의와 민생정치를 위한 국회가 되어야 합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강창희 국회의장과 선배동료 의원 여러분.
통합진보당 원내대표 오병윤입니다.
오늘은 제주 4.3항쟁 66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억울하게 돌아가신 영령들의 넋을 빕니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해야 할 국가가 죄 없는 양민을 빨갱이로 몰아 학살했습니다. 국가가 스스로 국가이기를 포기한 그 비극은 이제 더 이상 반복되지 않을 과거로만 남아 있어야 합니다.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은 다시 분주해졌습니다. 무수히 오가는 여야 간의 공방은 넘쳐나고 선거를 앞두고 화려한 약속들이 쏟아져 나오지만, 국민은 여전히 우리 정치에서 희망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저 선거의 계절이 되돌아왔다는 냉소만 퍼져 가고 있습니다.
국정 운영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집권여당은, 야당 탓만 하며 눈만 부라리고 있습니다. 갈등의 조정과 통합이라는 여당의 책임을 다하기는커녕, 오히려 대립을 증폭시키는 데 앞장서고 있습니다.
민주주의가 질식하고 국민은 고통 받고 있지만, 야당은 무기력합니다. 집권세력의 부당한 행태에 정면으로 맞서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나서라는 국민의 명령을 외면하고 있습니다.
정치의 중심을 국민 여러분께서 바로 잡아주셔야 할 때입니다. 민주주의와 민생의 길로 정치권이 나아갈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께서 다시 나서 주십시오.
□ 지방선거 기초공천 폐지의 문제가 아니라 풀뿌리민주주의를 구현해야 합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달을 가리키면 달을 봐야지 손가락 끝을 봐서는 안 됩니다. 낡은 정치 청산하라는 국민적 요구가 의미하는 것은, 결국 정당이 제 역할 잘 하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집권여당과 제1야당은 변죽만 울리며 엉뚱한 곳에서 정쟁만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사실 선거에서 정당이 정책과 후보를 내세워 국민에게 평가받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국민의 바람은 돈 공천, 줄 세우기 그만하고 정당을 제대로 혁신하라는 것입니다. 본질을 회피한 채 무공천을 합의하더니, 정작 선거를 앞두고는 당리당략 때문에 그 약속마저 뒤집으니 문제가 꼬일 때로 꼬인 것입니다. ‘신뢰의 정치’는 선거용 미사여구에 불과했고, ‘새 정치’도 잘못된 해법에 갇혔음이 드러났습니다.
지방선거 기초공천 폐지 논란의 근본 해법은 정당의 책임을 강화해 제대로 된 지방자치, 진정한 풀뿌리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것입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20년 넘는 역사에도 불구하고, 우리 지방자치의 현실은 답답합니다. 지방재정은 여전히 열악하고 중앙정부에 대한 의존성은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거대양당의 지역독점정치는 지금도 맹위를 떨치고 있습니다. 견제와 감시가 사라진 지방권력 독점은 지방자치를 부패와 무능의 온상으로 전락시키고 있습니다. 진정한 지방자치 실현을 위해 지방권력독점을 타파하고, 지역 주민을 위해 헌신하는 풀뿌리 민주주의를 만들어 가야 합니다.
통합진보당은 창당 때부터 풀뿌리 민주주의와 진정한 지방자치를 위해 지역 주민과 함께 노력했습니다.
2002년 6.15 지방선거를 통해 지방의회에 처음 진출한 민주노동당은 지역 주민들과 힘을 모아 대대적인 학교급식조례제정 운동을 전개해 무상급식의 초석을 다졌습니다. 잘 아시는 것처럼, 그 뒤 무상급식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을 뿐 아니라 보편적 복지의 씨앗이 됐습니다.
무상의료의 서막을 연 전염병무상예방접종조례를 처음으로 통과시킨 것도, 지금은 절반이 넘는 지자체에서 제정된 체불 없는 관급공사를 위한 조례도 통합진보당 시의원이 주민들과 함께 일군 성과입니다.
비정규직 노동자와 농민을 위한 각종 조례, 영세상공인의 생존권 보호를 위한 대형마트 규제도 모두 통합진보당이 앞장섰습니다.
통합진보당 지방의원들은 비록 소수였지만, 진정한 지방자치를 위한 헌신과 성과는 결코 적지 않았습니다.
□ 주민의 기본적인 생활을 보장하는 정치를 구현해야 합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통합진보당은 이제 제일 먼저 의제를 제기했다는 평가에만 머무르지 않겠습니다. 지역 주민의 삶을 보장하는 지방자치를 실질적으로 책임지는 위치로 한 걸음 더 내딛고자 합니다.
온 국민을 안타깝게 했던 송파구 세 모녀의 비극을 두고 박근혜 정권은 “있는 복지제도를 활용하지 못해 안타깝다”고 합니다. 한가한 이야기입니다. 돌아가신 그 분들은, 긴급지원을 신청했더라도 현행 제도 아래서는 지원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통합진보당은 이미 복지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고 수급자 선정기준을 최저생계비의 120%까지 확대하는 기초생활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4월 국회에서 즉시 통과돼야 합니다.
빈곤층에게 소득에 비해 감당하기 힘든 수도료, 전기료, 가스비 등의 주거비용에 대한 근본적 해법이 시급합니다. 통합진보당은 생활필수 공공재인 물-전기-가스의 무상공급제를 제안합니다. 지방자치단체에서부터 ‘생활필수 공공재 기본권보장을 위한 시민위원회’를 설치해 실태 조사와 대책을 수립하고 이들 공공재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의 책임을 분명히 하고, 관련 법 개정도 추진하겠습니다.
최저임금은 생활임금이 돼야 합니다. 노동자 평균임금의 60% 수준인 154만원, 지자체 소속 및 출연기관 노동자의 임금부터 이 기준에 맞추겠습니다. 통합진보당이 먼저 제기한 비정규직지원센터, 노동복지센터를 설립해 최저임금 준수 여부를 감시하고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겠습니다. 관급공사 체불임금 방지 조례를 확대하고 특수고용노동자의 산재보험 지원 조례를 제정하겠습니다.
농민의 절망은 깊어만 가는데 정부는 쌀시장을 개방한다고 합니다. 반드시 막겠습니다. 주요 농산물 최저가격보장제도를 위해, 관내 농협 출연금과 지자체 출연금을 재원으로 기금을 조성하는 등 관련 조례를 제정하겠습니다. 농약값, 사료값, 비료값 등 생산비 반값 실현을 위해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을 확대하겠습니다. 재해보험 가입비를 전액 지원해 농민들의 재해 걱정을 덜어드리겠습니다.
□ 남재준 국정원장이 있는한 공정한 지방선거는 기대할수 없습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국가정보원이 대한민국 정치를 좌지우지하고 있습니다. 남재준 국정원장부터 파면해야 합니다. 남재준 국정원장은 오직 국정원의 체면만을 위해 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했습니다. 이번에는 지방선거 정치공작을 위해, 중국 공문서까지 조작했습니다. 대한민국을 이토록 부끄럽게 만들어놓고도 지금껏 자리를 보전하고 있는 것은 무엇 때문입니까. 같이 책임 져야 할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은 도리어 국가정보원을 비호하기에 급급합니다.
남재준 원장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양립할 수 없습니다. 남재원 원장이 있는 한 6.4 지방선거를 공정선거를 공정하게 치룰 수 없습니다. 남재준 원장의 파면은 정치복원과 민주회복의 선결요건입니다.
얼마 전 열린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사건 변론에서, 정부가 제출한 증거들이 무더기로 철회되거나 보류됐습니다. 확인되지 않은 일방적 주장이나 언론 기사, 출처조차 불분명한 문서까지 마구잡이로 증거자료라며 제출했기 때문입니다. 박근혜 정권의 정당해산심판청구가 얼마나 빈약한 근거에 입각한 것인지 고스란히 드러났습니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합니다.
민주주의 파괴를 극단으로 몰고 간 정권으로 역사에 기록되기 전에, 박근혜 정권은 지금이라도 즉시 정당해산심판청구를 철회해야 합니다.
□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 종전선언 의지 표명과 남북정상회담을 제안합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남북관계는 여전히 암담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드레스덴 연설이 일방적 선언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먼저 구체적이고 가시적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5.24 조치 해제를 해제하고 금강산관광 및 민간 차원의 남북교역과 접촉을 전면 허용해야 합니다. 민간의 자율적 교류를 허용한다면 남북관계 개선의 기운을 현실화할 수 있습니다.
구체적 조치와 함께 하루라도 빨리 고위급회담이든 특사든 북한을 만나 함께 대화해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종전선언 의지를 표명하고 남북정상회담을 제의하는 것입니다. 종전선언은 부시 미국 대통령이 먼저 제안하고, 노무현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제안해 10.4 선언에서 합의했습니다. 종전선언 성사를 위해서는 남북정상회담이 필수적입니다. 그렇게 한다면 박근혜 대통령의 드레스덴 연설은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통일의 역사적 계기가 될 것입니다.
남북관계에서 나서는 모든 어려움의 해법은, 6.15와 10.4 선언으로 돌아가는 것에 있습니다. 공동선언에 대학 확고한 이행의지를 밝힌다면 남북관계는 획기적 진전을 이룰 것입니다.
대립과 갈등이 언제 충돌과 전쟁으로 이어질지 알 수 없는 분단을 그대로 둔 채로는 안보도, 복지도 불가능합니다. 평화가 곧 복지입니다. 통일은 가장 효과적인 한반도 발전 전략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구체적인 실천과 결단으로, 새로운 통일 시대를 열어가기를 진심으로 소망합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정치의 본령은 미사여구가 아니라 문제의 본질을 직시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실천입니다. 통합진보당은 말이 아니라 실천으로 노력해왔습니다.
때로는 모진 탄압도 있었고, 실현 가능하냐는 비아냥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통합진보당이 주장해 온 것들이 점차 현실이 돼 가고 있습니다. 이것이 비록 의석은 얼마 되지 않더라도 진보정당이 우리 정치에서 해야 할 일이라 믿습니다. 통합진보당은 오직 국민을 믿고 국민과 함께 가겠습니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징검다리가 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2014년 4월 3일(목)
통합진보당 원내대표 오 병 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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