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하오의 백34는 처절한 승부수였다. 이런 식으로라도 공격을 해야 한다. 이미 집의 균형은 무너져 있다. 반면으로 흑이 20집은 너끈히 앞서 있는 바둑이다. "승부수라고 하기보다는 어쩔수없는 선택이라고 보아야 할 겁니다. 원래는 패를 해야 마땅한데 백에게는 팻감이 전혀 없기 때문에 이런식으로 둔 것이지요."(강지성) 참고도1의 백1로 몰면 흑은 무조건 패로 받는다. 이 패를 백이 감당할 도리가 없다는 얘기였다. 흑35로 한 방 얻어맞고 흑37에는 백38로 고개를 내미는 도리밖에 없다. 검토실에서는 모두 손을 놓고 있다. 창하오의 공격은 돌을 던지기 위한 제스처에 불과하다는 것을 잘 아는 얼굴들이다. 타이젬의 강지성8단도 사이버오로의 백대현7단이나 주최측 본부석의 김만수7단도 더이상 가상도를 만들지 않았다. 국적은 달라도 여러 해를 친밀하게 지내온 창하오의 안간힘에 대하여 깊은 동정심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어제 중국측 관계자들을 만났더니 중국 기사들에게 휴직을 권고해야 할 것 같다는 조크를 하더군요."(김만수) 이세돌이 반년 동안 휴직을 하고 돌아와서 맹활약을 하는 것을 보고 중국 기사들 사이에 그런 얘기가 오고간다는 것이었다. 흑71을 보자 창하오가 돌을 던졌다. 그가 염려했던 대로 3대0 완패로 끝난 것이었다. 돌아온 마왕 이세돌은 간단히 우승상금 3억원을 손에 넣었다. 그가 얻어낸 것은 상금뿐이 아니었다. 역시 이세돌이 없어서는 한국이 중국을 꺾을 수 없다는 세간의 정평을 재확인시켜 주었다. 흔들리던 그의 위상이 반석 위에 올라선 것이었다. 참고도2의 흑1 이하 11(4는 2의 위)은 중반의 진행인데 이 장면에서 흑의 승리가 이미 확정되었다는 것이 김만수의 해설이었다. 백2로는 흑3의 자리에 잇고 버티는 것이 최선이었던 것이다. 171수끝 흑불계승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