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식 통일 방식만 고집하지 말고 중국과 홍콩의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 모델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이상만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
"경의선 구축 주도권을 중국에 빼앗길 수 있습니다. 우리가 먼저 나서야 합니다."(양창석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감사)
"중국의 많은 지방정부들이 개성공단 모델을 벤치마킹하고 있습니다. 남북 문제를 경제 브랜드화해서 한류처럼 키우면 남북통일의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유창근 개성공단기업협회 부회장)
서울경제신문과 현대경제연구원이 4일 공동개최한 '한반도경제포럼'에서는 통일 및 남북 협력과 관련한 참석자들의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이상만 교수는 "독일 통일 과정이 성공했다고 보지 않으며 우리는 독일의 덫에서 빠져나와야 한다"면서 "오히려 아시아적 가치가 공존하는 중국과 홍콩 방식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제안했다. 중국-홍콩의 '일국양제' 방안은 지난 2012년 당시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었던 리수용 현 외무상이 합리적인 통일 방안으로 거론했던 모델로도 알려져 있다. 이 교수는 또 "박근혜 대통령의 '드레스덴 선언'이 드레스덴이라는 지역 특성상 독일의 흡수통일을 연상시키기 때문에 북한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박 대통령이 홍콩에 가서 '홍콩 선언'을 한번 해보면 어떻겠느냐"는 제안도 내놓았다.
또 남북한 정보기술(IT) 협력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주문도 있었다. 장환빈 한반도개발협력연구소 상임이사는 "북한에서도 핸드폰이 터질 정도로 이동통신망이 형성되고 있는데 이 시스템이 남한과 완전히 다르게 구축되면 나중에 다시 통합할 때 엄청나게 많은 비용이 소요될 것"이라면서 "그러기 전에 빨리 남북 간 IT 협력이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상임이사는 이와 관련, "통일준비위원회에 IT 전문가가 한 명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걱정스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양창석 감사는 경의선 철도 등 북한 사회간접자본(SOC) 구축과 관련해 중국의 활발한 진출에 우려를 표시하면서 우리도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성공단기업협회 부회장인 유창근 에스제이테크 대표이사는 "연변에 자주 나가는데 중국의 지방정부들이 개성공단 모델을 벤치마킹하고 있다"면서 "개성공단이 대한민국의 브랜드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남북 문제를 브랜드화해서 해외에 수출해 새로운 한류 바람을 불러일으킨다면 남북통일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최근 경색 국면에 있는 남북관계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인센티브를 제시하면서 북측을 대화의 장으로 나오게 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유완영 유니코텍코리아 회장은 "이산가족 상봉을 일례로 들어보면 이명박 정부 때 이산가족 상봉을 추진하면서 노무현 정권 때처럼 밀가루 5만톤을 지원하겠다고 해놓고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면서 "올 초에도 이산가족이 상봉하고 나서 북한이 얻은 게 없는데 이런 상황에서 북측이 과연 대화를 하려 하겠느냐"고 지적했다. 실제로 1991년 이후 남북협력기금이 총 5조7,000억원 집행됐지만 이 중 3조원 이상이 김대중 정부에서 집행된 것이며 이명박 정부에서는 1,010억원 사용에 그친 것으로 나타나 그동안 남북관계가 정체됐음을 보여주고 있다.
박 대통령의 '통일대박론' 효과가 벌써 확산되고 있다는 평가도 있었다. 이 교수는 "이번 9월 입학 지원자 수가 평소보다 3~4배가량 늘었고 북한개발협력학과 강의를 경제·경영학과 학생들이 대거 수강하는 것을 보고 '통일대박론'이 먹히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통일준비위원회가 이런 분위기를 잘 끌고 나갈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통일준비위원회의 역할과 활동계획'이라는 주제발표에 나선 정종욱 통일준비위원회 민간부위원장은 통일비용과 관련해 "그동안 통일비용이 확대재생산되면서 통일에 대한 기대를 약화시켰다"면서 "통일연구원 2013년 보고서에서도 통일 후 20년간 최소 813조원, 최대 4,746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해 최대 최소의 편차가 크지만 우리가 기대하는 이익과 비교하면 이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으며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2018년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는데 남한보다 출산율이 높은 북한과 통일되면 이 문제도 극복할 수 있으며 7,000억달러 규모의 북한 광물자원과 우리 기술을 결합하면 새로운 경제적 기회가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