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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해경 피살 등 악재 첩첩… 中·日과 외교라인 급격히 냉각

■ 흔들리는 동북아 외교

불법조업 중국어선이 해경을 피살한 데 이어 '위안부 평화비' 갈등까지 우리나라의 동북아 외교 채널이 급격하게 냉각되고 있다. 북한 비핵화 문제, 6자회담 등 외교적 현안에다 자유무역협정(FTA) 등 경제적 득실까지 안고 있는 한중ㆍ한일 관계가 이명박 정부의 집권 후반기 최대 난제로 떠오른 셈이다. 15일 정부 당국자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17∼18일 열리는 한일 정상회담에서 일본군 위안부 청구권 문제를 거론할 방침이다. 조병제 외교통상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이 문제(위안부 청구권)에 대해 적절한 수준에서 협의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정상회담에서는 미리 의제를 확정 짓는 것이 아니라 회담에서 거론하면 그것이 의제가 된다"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나타냈다. 위안부 청구권에 대해 조 대변인은 "위안부 문제는 지난 1965년 체결된 청구권협정으로 해결될 수 없는 사안"이라며 "분쟁해결을 위한 절차에 동참하지 않으면 중재를 모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언제 중재절차로 넘어갈지에 대해서는 "특별한 시기를 결정하지 않았다"며 피해갔다. 그는 일본 정부가 요구하는 평화비 철거에 대해 "우리 정부가 나서 얘기할 수 있는 계제는 분명히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위안부 평화비 건립으로 국민 여론이 들끓고 있지만 일본 정부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 이 대통령의 방일 문제와 우리 측 6자회담 대표인 임성남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만나 대북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방한한 스기야마 신스케(杉山晋輔)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은 이날 주한 일본대사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일본 정부는 법적인 입장을 명확히 한국에 전달했다"면서 "평화비 철거에 대해서는 국제사회의 이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 발언은 청구권 문제는 법적으로 이미 끝났기 때문에 응하고 말고 할 성격이 아니라는 일본 정부의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다만 평화비 철거 문제는 한국민의 여론을 의식해 전일 일본 정부의 발언보다 수위를 낮췄다. 해경 피살에 따른 한중 관계도 정부가 근본적인 대책마련에 나서는 가운데 그동안 정부의 '조용한 외교'을 전면 재검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다. 이날 국회 외교통상위원회는 지난 12일 발생한 중국 불법조업 선원의 우리 해경 살해사건을 강력히 성토하고 우리 정부의 소극적인 대처를 질타했다. 국회의장을 지낸 김형오 한나라당 의원은 "이번 사건은 중국 정부의 유감 표명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라면서 "중국 정부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도 반드시 받아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의 강력한 공권력 행사를 요구하는 주문도 쏟아졌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의원은 "중국 어선이 대항할 자세를 보이면 바로 항복명령을 내리고 이에 응하지 않으면 함포로 바로 격침해야 한다"면서 "중국 어선이 우리 해역에 3,000여척이나 들어온다는데 우리는 6척으로 단속한다"고 지적했다. 송민순 민주당 의원은 "지켜야 할 해양이 많은 나라는 해양경비대로 돼 있는데 우리는 왜 경찰이냐"면서 "해경의 수당을 얼마 올린다는 식이 아니라 구조개선 차원에서 해양경찰청을 해양경비대급으로 격상시키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청와대와 외교부는 한꺼번에 터진 한중ㆍ한일 관계 악재의 불똥이 어디로 튈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당장 양국 국민의 감정의 골이 깊어질 경우 동북아 외교라인은 물론 경제적으로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에서는 다른 나라와의 갈등이 엉뚱한 방향으로 튀어 불매운동 등이 일어났던 사례도 있다. 동북아 외교라인의 갈등이 계속되면 양국 정부 간 인적교류,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같은 경제협력, 북핵 6자회담 재개 등 안보협력에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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