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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 지 25년 된 노후 아파트에 살던 주부 장모(35)씨는 최근 입주를 시작한 인근 서울 동대문구 전농 래미안 크레시티에 전세로 집을 옮기려다 낭패를 봤다. 원래 살고 있던 아파트 전세가 일주일 정도 늦게 나가는 바람에 3억9,000만원에 나온 로열동ㆍ층의 전용 152㎡ 전세계약을 놓치게 된 것. 그는 불과 일주일 만에 6,000만원이 오른 4억5,000만원에 나온 전세금액을 보고 혀를 내두르며 더 싼 가격에 나온 저층부로 눈을 낮출 수밖에 없었다.
25일 기자가 찾은 동대문구 전농동 래미안크레시티 아파트 단지 내 중개업소들은 비수기라는 말이 무색했다. 전세 물건을 찾는 수요자의 방문과 전화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분위기였다. 이 단지는 지난 4월30일 준공된 새 아파트다. 입주가 시작된 지 채 3개월이 안 됐음에도 불구하고 2,397가구의 이 아파트는 아예 전세 매물이 동난 상태다.
단지 내 상가의 A공인 관계자는 "입주 초기만 해도 가장 인기가 높은 전용 84㎡가 2억4,000만원에도 거래가 됐는데 최근에는 3억5,000만원에도 세를 놓았다"고 전했다. 그는 "물건이 빠르게 소진되면서 일주일 만에 전셋값이 3,000만원 뛰기도 했고 이제는 집주인이 부르는 게 값"이라고 덧붙였다.
중개업자들은 최근의 전셋값 급등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대단지의 경우 전세매물이 한꺼번에 쏟아져나오면서 입주 초기 가격이 낮게 형성됐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가격이 정상 시세 수준으로 오르는 게 일반적이지만 불과 3개월 만에 매물이 씨가 마르고 1억원 이상 값이 급등하는 현상은 드물다는 것이다.
이 지역 S공인 관계자는 "입주 초기 물건이 대량으로 풀리면서 낮게 형성된 전세가격이 시간이 지나면서 오르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다만 래미안 크레시티의 경우 생각 이상으로 오름폭이 큰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전농 래미안 크레시티 전용 84㎡의 전세가격은 길 건너 '한신휴플러스 그린파크' 아파트의 같은 면적보다 7,000만원 정도 비싼 수준이다. 특히 동대문중학교를 사이에 두고 마주하고 있는 답십리 푸르지오의 같은 면적 매매가 3억5,000만원과도 비슷한 수준이다.
전문가들이 이 같은 현상이 최근 전세매물 기근 탓이라는 분석이다. 집을 사는 대신 전세로 눌러 앉으려는 수요는 계속 늘고 있는데 재계약 등으로 신규 매물은 줄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저금리 탓에 전세보다는 보증부 월세를 선호하는 집주인들이 늘면서 웬만한 대단지 새 아파트조차 단기간에 전세 매물이 소진되는 추세다. 또 하반기 입주물량도 실거주 의무가 있는 신내지구와 위례신도시의 공공분양 물량을 제외하면 8,000여가구에 지나지 않아 이 같은 국지적 전셋값 급등 현상이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함영진 부동산114리서치 센터장은 "전세 수요가 급증한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재계약이 이뤄지는 등 시장에 새로 나오는 물건이 줄어들다 보니 비수기에도 전세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특히 10월 서울 입주물량이 983가구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하반기 신규 입주물량이 적어 당분간 새 아파트에서 일어나는 과열 경쟁 현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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