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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잘못 다루면 깨진다
입력2007-01-11 14:32:49
수정
2007.01.11 14:32:49
[데스크 칼럼] 잘못 다루면 깨진다
집값 폭락시 증시도 위험주식 팔아 은행빚 갚을수도…대선도 악재 작용 우려
이용택 증권부장 ytlee@sed.co.kr
재테크 측면에서 지난 2005년은 주식의 해였고 지난해는 단연 부동산의 해였다. 한 해 건너 주식과 부동산으로 돈이 물밀 듯 밀려든 덕분이다. 그런 돈의 힘은 2005년에는 주가지수 1,000포인트 고지를 넘어서게 했고 지난해에는 부동산 가격의 폭등을 야기했다. 그러면 올해는 어느 쪽일까.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주식에 편향돼 있어 그럴지 모르지만 얼마 전까지 올해 다시 주식의 해가 열릴 것으로 예측했다. 글로벌 증시의 강세 분위기를 타지 못하고 지난 일년 내내 제자리를 맴돌면서 주가매력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는 게 첫번째 이유였고 부동산을 옥죄면서 부동산에 몰렸던 돈의 관심이 주식으로 옮아올 것이라는 게 두번째 이유였다.
실제로 그렇게만 된다면 정부의 공언처럼 경제지표는 나빠져도 체감경기는 나아질 수 있다. 부동산의 상승차익은 집을 팔아치울 수 있는 일부에 국한되지만 주가 상승차익은 수많은 투자자들이 나눠 갖기 때문이다. 여기에 2가구당 1가구 꼴로 가입한 적립식 펀드 투자자까지 감안하면 설령 그것이 미실현 수익일지언정 분배 효과는 더 커진다.
하지만 부동산시장도 죽고, 주식시장도 죽는다면 어떻게 될까. 물론 이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현실화할 가능성보다 그렇지 않을 확률이 더 높은데도 굳이 가장 나쁜 시나리오를 들먹이는 것은 이에 대한 사전 대비책이 필요함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우선 2007년이 주식의 해가 될 것이라고 낙관하기에는 위험요인이 너무 많다. 지금 우리 증시는 현상유지조차 힘겨워보인다. 단순히 연초부터 주가가 빠져서 하는 얘기가 아니다. 증시 내부를 들여다보면 시장을 끌어올릴 수 있는 동력이 떨어지고 있다. 그동안 주가상승을 이끌었던 주식형 펀드로의 자금유입은 멈춰버렸고 외국인은 매도공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미 무차별적으로 진행되는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부동산 값 폭락과 가계붕괴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경고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문제는 이것이 여기에 그치지 않고 증시마저 죽이는 악수(惡手)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과 주식시장은 역의 상관관계를 보인다는 그럴듯한 주장도 있지만 부동산과 주식은 서로 대체관계가 아니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집을 마련한 사람 중에 상당수가 주식 투자자이고 대출금 상환에 쫓기고 이자부담이 커지면 주식을 팔 수밖에 없는 게 이들의 현실이다. 이들이 펀드를 깨기 시작하면 주식시장 자금이 급속도로 줄어들 수 있다.
증시 역사적인 관점에서도 올해는 꺼림칙하기만 한 해다. 대선이 끼어 있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우리 증시는 대선 때마다 주가가 폭락한 징크스가 있다. 97년에도 그랬고 2002년에도 그랬다. 97년에는 환란위기로 주가가 연초 653.79포인트에서 연말에는 376.31포인트로 42.44%나 빠졌다. 2002년에는 그 강도가 97년에 비해서는 약했지만 연초 724.95포인트에서 연말에는 627.55포인트로 13.43% 급락했다. 신용카드 위기가 발현한 탓이다.
글로벌증시 역사에서도 올해는 87년 블랙먼데이, 97년 아시아 외환위기에 이어 10년마다 펼쳐진 대폭락의 주기다. 이는 우연히 시기가 일치한 것에 근거한 주기설에 불과하지만 음울한 시나리오가 나오는 것은 그만큼 시장이 불안하다는 방증이다. 더구나 호재는 호재를 부르고 악재는 악재를 부른다고 했다.
연초부터 싸늘하게 식어가는 분위기를 다잡고 악순환의 반복을 끊기 위해서는 조심스럽고 섬세한 관리가 필요하다. 부동산시장이 죽는데 증시가 홀로 살 수는 없다. 다른 쪽을 고려하지 않고 한쪽만 잡겠다는 것은 악기의 음을 고른답시고 줄 하나만 조절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전체적인 튜닝(tuning)이 필요하다.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경제대통령이라는 칭송까지 받은 것은 전체적인 미세 조정(fine tuning)을 통해 불협화음을 최소화한 튜닝의 마술사였기 때문이다.
그게 제대로 안되면 음조절은 커녕 음악 전체를 망가뜨릴 수 있다.
입력시간 : 2007/01/11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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