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주재원이나 재외공관 근무자들의 근로여건을 위해 지난 1977년 도입된 재외국민 특별전형이 오히려 부정입학의 통로로 활용되는 사례가 늘자 심사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한동영 부장검사)는 재외국민 특별전형에 필요한 서류를 위조해 판매해온 전문 입시브로커 일당을 찾아내 4명을 재판에 넘겼다고 11일 밝혔다. 또 브로커 일당에게 수백만원을 주고 조작된 졸업증명서 등을 구입하거나 상사주재원으로 근무한 기간을 증명하는 서류 등을 위조하는 방법으로 자녀를 대학에 부정입학시킨 학부모 강모(51)씨 등 51명도 적발했다.
검찰은 이들 가운데 중국 칭다오와 서울 서초구에서 입시학원을 운영하며 학부모들에게 위조 서류를 팔아온 학원장 전모(36)씨와 학원교사 홍모씨 등 사안이 무거운 6명을 구속기소했다. 아울러 자녀 3명을 이 같은 방법으로 모두 사립대에 입학시킨 김모씨를 비롯해 학부모 61명은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이 찾아낸 부정입학 사례는 모두 77건이다. 거짓 서류에 속아 학생을 뽑은 대학은 고려대ㆍ연세대ㆍ한양대ㆍ중앙대ㆍ서울과기대ㆍ한국외국어대ㆍ숭실대ㆍ건국대ㆍ홍익대ㆍ인천대ㆍ단국대 등 35개에 달한다.
재외국민 특별전형은 일정한 자격을 갖춘 학생들을 입학정원의 최대 2%까지 정원 외로 선발할 수 있도록 한 제도로 2011학년도 기준으로 138개 대학 모집정원(4,602명)의 42%만 지원해 일반전형에 비해 비교적 쉽게 입학자격을 얻을 수 있다. 상사주재원 자녀의 경우 보호자와 함께 중ㆍ고등학교 과정을 2년 이상 공부한 학생에 한해 서류와 대학별 자체시험을 거쳐 특례입학이 가능하다.
검찰에 따르면 구속 기소된 전씨는 칭다오에서 사설입시학원과 중ㆍ고등학교를 동시에 운영하면서 특례입학에 필요한 학부모 재직증명서와 학생의 성적졸업증명서 등을 위조해왔다. 한 번 서류를 위조할 때마다 적게는 210만원에서 많게는 360만원까지 받은 그가 찍어낸 가짜 서류로 대학에 입학한 학생만 38명이 확인됐다. 전씨와 함께 브로커로 활약했던 이들 가운데 검찰 수사망을 피한 2명은 지명수배 상태다.
상사주재원으로 근무하지 않은 학부모들은 허위로 재직증명서를 만들었다. 파견기간이 짧아 특례입학 요건을 채우지 못할 경우에는 회사 인사담당자에게 부탁해 파견근무기간을 늘이기도 했다.
칭다오의 한 개인병원에서 치과의사로 근무하는 박모(46)씨는 지인에게 부탁해 가정주부인 자신의 아내가 T사의 중국지사에 근무했다는 허위 재직증명서를 발급받아 아들을 S대학교 정보기술(IT)대학 정보통신전자공학부에 넣었다. 박씨는 한국과 중국의 학제가 달라 대학입학 시기가 1년 늦어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 아들이 2학년만 마친 상태에서 브로커가 건넨 졸업 및 성적증명서를 대학에 제출하기도 했다.
허위 재직증명서를 발급받아 세 자녀를 특례입학으로 대학에 보낸 김모(50)씨도 불구속 기소됐다. 김씨는 중국 톈진 지역의 한 고등학교에서 공부를 마친 딸 2명과 아들 1명을 특례입학생으로 만들기 위해 지인에게 연락해 허위 재직증명서를 부탁했다. 장녀가 거짓 서류로 K대에 입학하자 나머지 자녀들도 동일한 방법으로 대학에 들어갔다. 검찰 수사로 밝혀진 부정 입학생은 각 대학의 규정에 따라 입학이 취소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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