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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아사드 정권



2011년 시리아 정부군과 이슬람국가(IS) 간에 시작된 시리아 내전이 5년째 이어지면서 시리아 전체 인구 2,300만명 중 1,160만명이 전쟁 난민이 됐다. IS는 이 과정에서 무고한 사람들에게 온갖 악행을 가해 공공의 적이 됐고 '21세기판 나치'라는 악명을 얻었다. 그런 평가가 틀린 말은 아니지만 따지고 보면 시리아 정부군, 즉 시리아 정권은 그런 IS보다 훨씬 더 큰 악행을 일삼았다.

내전 중 정부군의 잔혹성은 상상을 초월한다. 13세 소년 함자 알 카티브가 잔인하게 고문받다 사망한 사건은 민간인을 무장시위 대열로까지 이끌었다. 카티브는 온몸에 채찍질 자국이 발견됐고 손과 발에는 전기고문 흔적이 있었으며 배에서는 1발의 탄환이 나왔다. 정부군은 비행기에서 맹독성 신경가스인 사린가스 등을 넣은 통폭탄(드럼통에 폭약과 뇌관을 넣어 터지게 만든 폭탄)을 민간인 거주 지역에 무차별 투하했다. 살상은 물론 고문과 성폭행 등 상상하기 힘들 정도의 온갖 전쟁 범죄를 저질렀다.

시리아 인권네트워크에 따르면 올 들어 7월까지 IS가 죽인 시리아인은 1,131명이지만 정부군에 의한 사망자는 7,894명에 달한다. 인권네트워크는 "지난해까지 25만명으로 추산되는 4년간의 시리아 내전 사망자의 대부분은 IS가 아니라 정부군에 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이 모든 악행을 기획하고 실행해 '도살자'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의학도인 그는 2000년 아버지의 뒤를 이어 대통령에 취임할 때만 해도 '희망'으로 불렸지만 이후 오히려 아버지를 뛰어넘는 폭압 통치를 선보여 세계 최악의 독재자 순위 12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런 그를 축출 대상으로 여기던 미국이 20일 그가 일정 기간 재임하는 것을 보장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아사드 정권을 지원해온 러시아와 협력해 IS를 격퇴하기 위한 입장 변화로 해석된다. 악을 제거하기 위해 더 큰 악과 손잡는 행위를 시리아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한기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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