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 무상보육 대상이 0~2세에서 갑자기 0~5세로 확대되면서 확대 이전을 기준으로 예산을 짰던 지자체 예산은 7~8월에 대부분 바닥났다. 경기도는 무상급식 예산을 삭감하겠다고 밝혔고 그나마 재정상황이 나은 서울시도 이달 초 무상보육 예산 확보를 위해 2,000억원의 지방채 발행을 결정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경기침체로 올해 4,000억원 가까이 세수결손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무상보육비 부족분 3,700억원은 감당하기 어렵다"며 "지금처럼 열악한 지방재정으로 내년 무상보육비를 감당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올해 무상보육 확대로 21만명의 지원아동이 추가로 늘어났고 추가 예산부담만 3,708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정부가 예비비로 지원하기로 한 1,300억원을 받아도 2,000억원 이상 부족하게 된다. 이 때문에 정부와 서울시는 예산을 놓고 연일 각을 세워왔다.
"지원할 돈이 없다"는 정부와 "정부 지원이 안 되면 무상보육은 어렵다"는 지자체 간 갈등이 심화되면서 무상보육 확대 시행 1년 만에 당초 취지가 근간부터 흔들릴 처지에 놓인 것이다. 이런 상태가 계속될 경우 내년 무상보육도 제대로 시행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정부가 무상보육을 확대해놓고 예산지원을 하지 않으면 제도가 제대로 시행될 수 없다"며 "일단 무상보육이 확대된 이상 다시 축소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고 정부가 추가 재원을 내려줘서 지자체들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와 다른 지자체들은 무상보육 예산갈등을 없애기 위해서는 국고보조율을 상향하는 내용의 영유아 보육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현재 영유아 보육예산의 20%만 정부가 부담하고 있고 나머지 80%는 서울시가 부담하는 구조다. 지자체 부담비율을 줄이기 위해서는 정부의 추가적인 국비지원이 불가피하고 이를 위해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영유아 보육법의 조속한 처리가 답이라는 것이다. 영유아법 개정안은 정부 국고보조율을 서울의 경우 현행 20%에서 40%로, 지방의 경우 50%에서 70%로 확대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정부는 세수부족으로 국고보조율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정부는 국고보조율을 지금보다 10%포인트 올리는 방안을 제시해놓고 있다.
전국시도지사협의회 관계자는 "정부의 지방재정 건전화 방안이 이미 확정된 것으로 안다"며 "그러나 무상보육 국고보조율 상향 방안도 정부가 처음 제시했던 안이 채택될 것이 확실해 뿔난 지자체들을 만족시킬 만한 대안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무상보육 예산을 놓고 정부와 지자체 간 갈등이 증폭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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