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KBS 교향악단이 힘든 시간을 보낸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지난 과거보다 바꿀 수 있는 미래를 위해 제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음악에 있어서 만큼은 기대치가 높고 타협 없이 나아갈 겁니다."
KBS 교향악단의 새 수장 요엘 레비(63ㆍ사진)가 24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앞으로 악단을 이끌어갈 큰 그림을 이같이 밝혔다.
그렇지만 그는 "단원들에게 두려움을 안겨주고 싶진 않다. 리더(지휘자)가 음악적 조예가 깊다는 점, 좋은 음악을 듣는 귀가 있다는 점을 단원들에게 보여주면 단원들도 빼어난 연주로 화답할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지난해 함신익 전 지휘자와 단원들 간의 불협화음과 정기 연주회 중단이라는 뼈아픈 사태를 겪었던 KBS 교향악단은 지난해 9월 KBS에서 재단법인으로 독립하고 전열을 가다듬었다. 하지만 1년여간의 상임지휘자 부재로 외형적으로는 완전한 모습을 갖추지는 못했다. KBS 교향악단은 올 8월 장고(長考) 끝에 공석이던 상임지휘자로 레비를 선임했다. 그간 침체기였던 악단에 다시금 활기를 불어넣으며 도약을 위한 새 출발선에 선 것이다.
루마니아 출신인 레비는 유태계 지휘자의 맥을 잇고 있는 거장이다. 1988~2000년 미국 애틀랜타심포니에서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로 10년 넘게 활약했다. 당시 재임 초기 미국 내 변방에 불과했던 이 오케스트라의 수준을 정상급으로 끌어올린 리더십이 이번 상임지휘자 선정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평이다.
레비의 정식 임기는 내년 1월부터 2015년 12월까지다. 앞으로 2년간 정기 연주회 12회와 특별연주회 등 연간 20회의 공연을 지휘한다. 이외에 연습계획 수립, 아티스트 초청, 프로그램 선정 등 공연 기획 전반에 대한 주요 권한과 단원 연주기량 평가, 신규 단원 선발 등 인사권을 갖게 된다. 레비는 27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KBS 교향악단 수장으로 첫 지휘봉을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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