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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실패의 가치
입력2007-07-09 17:25:47
수정
2007.07.09 17:25:47
한 경제연구소가 국내 최고경영자(CEO)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 가운데 72%는 기업의 성장을 위해 실패 경험은 불가피하다고 생각하고 97%는 자신의 실패를 숨김없이 보고하는 직원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처럼 경쟁이 치열할수록 도전과정의 시행착오는 기업이 감내해야 할 비용인 셈이다.
그런데 전제조건이 있다. 실패 원인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대책을 마련해 그 뒤에는 실패로 인해 발생한 비용을 훨씬 상회하는 대박을 터뜨려야 한다. 본전을 뽑아야 한다는 얘기다.
우리 회사는 지난 2002년부터 전직원이 모여서 ‘실패사례 발표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성공사례를 발표하고 포상해 직원들에게 자극을 주는 사례는 많지만 실패사례 발표는 흔하지 않다.
의도는 간단했다. 한 번 실패한 일을 숨기고 덮으면 다음 담당자는 같은 판단으로 같은 실패를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실패 원인과 당시 환경, 대응방법, 시사점 등을 그야말로 낱낱이 파헤쳐 공유함으로써 똑같은 실패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처음에는 잘 되지 않았다. 이미 지난 일을 다시 파헤쳐봐야 상사의 불호령과 주변의 핀잔,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기 실수를 인정하는 자체가 두렵기 때문이다.
CEO의 입장에서도 처음에는 직원들의 실패사례를 듣는 게 편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소신과 인내를 갖고 지켜봤다. 실패사례를 적나라하게 드러낼수록 오히려 더 격려하니 언제부터인가 변화가 느껴졌다. 자기의 가장 아픈 치부를 솔직하게 드러내고 후임자를 위한 진심어린 당부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아직 부족한 감은 있지만 점차 본질에 다가가고 있음을 느낀다.
주변을 살펴보면 고정관념 때문에 못하는 일이 많다. 실패사례 발표도 그중 하나다. 물론 처음부터 쉽지는 않다. 하지만 용기 있는 직원, 믿고 격려해주는 경영진, 그리고 노력하는 과정에서의 실수가 용인되는 기업문화가 받쳐준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말로는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하지만 ‘실패는 더 큰 실패의 어머니’가 될 가능성이 더 많았던 것이 그동안 우리 국내 기업문화의 현실이었다. 그러나 이제 무한경쟁 시대에 성공을 쟁취하기 위해서는 실패의 경험마저도 회사의 중요한 무형자산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하는 시대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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