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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성 하반신 마비 발병 경로 규명

이승복 서울대 교수 연구팀<br>진단방법·치료제 개발 기대


유전성 하반신 마비의 구체적인 발병경로를 규명할 길이 열렸다. 질병 진단방법은 물론 치료제 개발로도 이어질 수 있어 학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연구재단은 이승복 서울대 치의학과 교수 연구팀이 희귀병인 유전성 하반신 마비의 발병경로를 찾아냈다고 6일 밝혔다. 유전성 하반신 마비는 나이가 듦에 따라 운동신경이 망가지며 다리가 약해지고 경직이 일어나는 희귀병이다. 지금까지 45개 이상의 유전자가 관련돼 있으며 운동신경 퇴행 때문에 발병한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었지만 구체적인 진행경로는 밝혀지지 않았었다.

이 교수 연구팀은 초파리를 이용한 실험동물 연구를 통해 경로를 밝히는 데 성공했다. 먼저 초파리에서 유전성 하반신 마비의 한 형태인 트로이어(Troyer) 증후군의 원인 유전자 스파틴(Spartin)을 제거해 유전자조작 돌연변이 초파리 모델을 만들었다. 스파틴이 없는 초파리는 사람의 하반신 마비와 비슷한 증상인 운동장애를 보였다. 또 뼈나 연골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성장인자인 BMP의 신호가 과다하게 활성화되는 것이 관찰됐다. 이로 인해 세포의 골격을 이루며 신경세포 기능에 관여하는 미세소관이 유연성을 잃고 외부 변화에 맞춰 세포의 골격을 조절하지 못해 신경세포가 죽는 현상이 발견됐다. BMP의 신호수위를 적절하게 조절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스파틴이 없어지자 BMP 신호가 과도하게 전달되고 결국 세포가 죽는 결과가 나타났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팀은 BMP 신호전달로 미세소관 구조가 어떻게 조절되는지도 자세하게 밝혔다. BMP 신호가 과다해지면 유전자(DNA)에 저장된 유전정보를 유전정보전달물질(RNA)로 변환시키는 과정에서 단백질의 일종인 FMRP 생성이 저해된다는 것을 알아냈다. FMRP는 정신지체나 자폐증과도 관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교수는 "최근 BMP 신호전달의 비정상적인 조절이 근위축성 축삭경화증이나 척수근육 위축, 헌팅턴병, 다발경화증 등 다양한 퇴행성 신경질환과 관련됐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되고 있다"며 "BMP 신호전달에 의해 신경세포가 사멸되는 유도경로가 자세히 규명된 만큼 관련질병의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교육과학기술부와 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선도연구센터지원사업 및 뇌과학원천기술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신경생물학 분야의 권위지인 '뉴런(Neuron)' 2월20일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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