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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에 환경배상책임보험 가입 의무화해야

앙케 클라인 독일보험자협회 변호사


최근 국내 대기업들의 공장 등지에서 각종 유해물질 누출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기업의 배상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환경책임법 제정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환경책임법이란 기업의 배상책임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기업에 무과실책임을 입증하도록 명문화하는 것을 말한다.

독일은 유럽에서도 가장 복잡하고 엄격한 수준의 환경배상책임법을 적용하고 있다. 1986년 화재로 약 30톤의 오염물질이 라인강에 흘러들어간 '라인강 오염사고' 이후 배상책임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환경책임법을 도입했다.

이달 8일 독일 베를린에서 만난 독일보험자협회(GDV) 환경오염 정책 담당자인 앙케 클라인(사진) 변호사는 "독일 환경 당국은 피해자가 손실을 주장하지 않아도 기업에 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더 나가 유럽 환경배상책임지침(ELD)에 따라 공공적 손실에 대해서도 책임을 지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먼저 환경 당국이 피해를 봤다고 생각될 경우 피해자가 손실을 주장하지 않아도 문제기업에 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했다는 것. ELD가 책임을 묻는 대상도 확대됐다. 유럽연합(EU) 국가의 땅과 강ㆍ바다에 서식하는 모든 생물이 대상이다.

클라인 변호사는 "지하수 등 수질오염에 대한 책임이 새롭게 추가됐고 인간의 건강에 위험을 미친다면 토질을 포함한 전 생태계를 원상복구시킬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환경 배상책임에 대한 인식이 강화되면서 독일 등 일부 EU 국가에서는 환경배상책임보험도 함께 발전했다. 환경오염이 발생했을 때 배상 책임을 지려면 재무적인 대비를 미리 갖춰야 하기 때문. EU 내에서 배상책임보험이 의무보험으로 된 나라는 오스트리아ㆍ불가리아ㆍ체코ㆍ슬로바키아ㆍ스페인 등에 이른다.

상당수 유럽 국가와 달리 우리나라는 환경오염에 대한 배상책임과 관련한 움직임이 아직 걸음마 단계다. 국내 환경분쟁 조정제도는 당사자 간 합의를 통해 해결하도록 해 강제성이 없고 피해자가 인과관계를 입증해야 돼 손해배상을 받기도 어렵다.

이에 따라 최근 기업이 환경배상책임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하고 피해자가 인과관계를 입증하지 않아도 기업이 책임을 지도록 하는 환경책임법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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