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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비로운 예류지질공원
촛대바위·코끼리바위·울퉁불퉁 생강석…
수천만년 파도·바람에 깎인 기암괴석 장관
● 타이베이 마천루 101빌딩
고속 엘리베이터로 89층 전망대까지 37초
명품점·레스토랑 등 복합공간서 쇼핑 만끽
● 루브르박물관 맞먹는 고궁박물관
유물 70만점… 전작품 관람에 30년 걸려
세계사 연표 전시에 고조선 소개도 눈길
한국인들에게 대만은 1년 전 새롭게 '발견'됐다. '꽃보다 할배'라는 TV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서다. 그런데 이게 무슨 소리인가. 빤히 잘 있는 대만이 발견됐다니. 이유는 대만과 한국의 애증 관계 때문이다. 한국인들 사이에서 '자유중국'으로 불리며 가장 친한 상대였던 대만은 20여년 전 외교전쟁에서 중국에 밀리면서 한국과도 멀어졌다. 한국은 1992년 중국과 수교하는 대신 대만과 단교했다. 이는 중국의 요구이기도 했다. 이후 한국인의 시선은 베이징과 상하이·선전에 집중됐다. 바로 옆에 있는 대만은 짐짓 모른 채했다.
그렇게 소원해진 양국관계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먼저 한국에 대한 대만인들의 관심이 커졌다. 바로 '한류'를 통해서다. 한류의 원조가 대만이라고 할 정도로 한국 문화에 대한 기대가 대만에서 높다. 그러면서 한국에 관한 보도가 많이 나왔다. 최근에는 '별에서 온 그대'가 빅히트를 치고 있다. 중국에 다소 질린 한국인들도 다른 중화권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터닝포인트는 지난해 7월부터 10월까지 방송된 '꽃보다 할배(대만편)'라고 한다. 하지만 프로그램에 나온 대만은 유별난 것은 아니었다. 어느 아름다운 외국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것은 분명히 했다. "그랬지. 우리 이웃에 대만이 있었지. 겨우 비행기 두 시간 거리에…."
◇자연의 신비 예류지질공원=늘푸른 열대의 섬인 대만은 아름답다. 16세기 이 땅을 방문한 포르투갈인들이 '포모사('아름다운 섬'이라는 포르투갈어)'라고 이름 붙인 것에서도 알 수 있다. 그리고 서양 문화에 중국 문화, 일본 문화, 태평양 해양 문화가 조화를 이루면서 더 아름다운 섬이 됐다.
타이베이에서 차로 한 시간 정도 가면 완리향(萬里鄕)이라는 지역이 있는데 이곳에는 '예류(野柳)지질공원'이 있다. 독특한 모양의 암석이 모여 있기로 유명한 지역이다. 바닷가 바위가 수천만년 동안 바닷물과 바람에 깎여 만들어진 지형이 기묘한 장관을 이룬다.
눈길을 끄는 것은 바위 표면에 벌집처럼 구멍이 뚫린 '타포니' 형태의 암석군락이다. 암석 하나하나의 모습은 마치 거대한 버섯처럼 보인다. 가장 유명한 암석은 고대 이집트 여왕 클레오파트라의 얼굴 옆모습을 닮았다는 '여왕머리(女王頭) 바위'다. 일정한 각도에서 바위를 살펴보면 높게 틀어올린 머리와 가녀린 목선, 코와 입 자리가 선명하게 느껴진다. 바위 얼굴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 특히 여성들이 항상 길게 줄을 서 있다.
이외에도 기암괴석이 수없이 많다. 바람에 깎인 후 남겨진 촛대 위의 촛불 모양 암석인 촛대바위도 인상적이다. 코끼리가 물속에 잠긴 듯한 코끼리바위, 네모 반듯한 암석이 논두렁 모양으로 놓인 바둑판석, 울퉁불퉁한 생강 모습을 한 생강석 등 독특한 바위가 즐비하다.
관리 측면에서는 아쉬운 점이 있다. 관광객들이 해변 바위 위를 마구 걸어다닌다. 안내원들이 기둥 위에는 올라가지 못하게 하지만 바닥은 이미 반들반들하다. 아예 해변을 봉쇄하고 멀리서만 관찰하게 하는 것이 낫지 않으냐는 생각이다.
◇'고조선'이 반가운 고궁박물관=사실 대만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소는 박물관이다. 바로 타이베이에 위치한 국립고궁박물관이다. 이 박물관이 중요한 이유는 소장품 때문이다. 1949년 중국 본토를 떠나 대만으로 넘어온 당시 국민당 정부는 중국 내에서, 특히 베이징 자금성 내에서 모을 수 있는 보물을 모두 모아 이곳으로 옮겼다. 현재 자금성에는 당시 움직일 수 없었던 것만 남아 있다. 타이베이 고궁박물관이 현재 소장한 유물 갯수만 70만점이라고 한다. 소장 유물 규모로는 프랑스의 루브르박물관에 필적한다.
한번에 전시되는 유물은 겨우 6,000여점. 박물관 측은 주기적으로 3개월에 한 번씩 유물을 교체한다고 한다. 이 때문에 소장 유물을 다 보려면 30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고궁박물관은 최근 중국 본토 관광객들이 대거 넘어오면서 내부가 다소 소란해졌다. '비취배추' 같은 명작은 수십미터씩 줄을 서기도 한다.
내부를 관찰하는 기자에게 뜻밖의 것이 눈에 띄었다. 한 전시실의 벽에 걸려 있던 연표였다. 대만을 중심으로 중국·동아시아·세계사의 시대별 사건이 알기 쉽게 표시돼 있었다. 기자를 반긴 것은 BC 2000년 칸에 있는 '고조선'(古朝鮮ㆍOld Choson)이라는 글자였다. 즉 '단군조선'을 대만 역사학계가 인정한다는 말이 된다. 같은 칸에서 '부여(夫餘)'와 '삼국시대(三國時代)'로 이어지니 만주와 한반도의 역사가 맞다. 이러한 논리는 중국 베이징 정부에서는 어림도 없는 말이다. 대만 타이베이 정부와의 교류를 강화해야 할 또 하나의 이유가 생긴 셈이다.
◇현대적 101빌딩ㆍ야시장도 즐길 만해=타이베이의 현대는 화려하다. 대표적으로는 시내 어디서나 눈에 뜨이는 '타이베이 101빌딩'으로 정식 명칭은 '타이베이 금융센터(臺北國際金融大樓)'다. 이 건물은 2003년 완공된 101층, 높이 508m의 건축물로 건축 당시에는 세계 최고의 높이었다. 현재도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높은 빌딩이다.
특히 5층부터 89층 전망대까지 엘리베이터로 올라가는 시간은 37초인데 이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엘리베이터로 기네스북에도 등재됐다. 초고층 빌딩을 초고속으로 오르는 셈이다.
101빌딩의 건물모양이 특이한데 외양이 8개 마디의 구조다. 중화 문화권에서 부와 번영을 의미하는 숫자 '8'을 따왔단다. 명품 가게가 즐비해 입구부터 으리으리한 느낌을 준다. 이외에도 레스토랑, 대형 서점 등이 입점해 있어 쇼핑부터 식도락까지 최신 유행을 모두 즐길 수 있는 복합문화 공간의 역할을 한다.
여름에 대만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이중고를 겪어야 한다. 밖은 너무 덥고 건물 안은 에어컨으로 너무 춥다. 대만인들이 야시장에 모이는 이유를 알 수 있다. 타이베이에서 가장 큰 야시장은 스린(士林)야시장으로 방문객이라면 누구나 한 번씩 가본다. 길거리 음식은 물론 저렴한 가격의 의류, 기념품 등 없는 것이 없을 정도다. 사람도 무척 많다. 중국 본토는 아니지만 같은 '중국'에 왔다는 것을 여기서도 느낄 수 있다. /타이베이=글ㆍ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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