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이미지로 말하는 국제적 표현이다." 찰리 채플린의 대표작 '모던 타임스'에 영감를 주고 프랑스 영화의 황금기를 열었던 르네 클레르 감독의 입에서 나온 평가다. 사람들이 영화를 보는 이유는 제각각이지만 자신이 직접 관여하지 않고 다른 사람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며 대리만족을 느끼기 때문일 터. 영화를 볼 때는 자신이 주인공인양 눈물을 흘리고 분노도 하지만 막상 상영관을 나오면 현실에서 기다리는 평범한 일상을 향해 가는 것은 어디서건 똑같다.
△영화는 시대 흐름을 반영한다. 1919년 단성사에서 상영된 한국 최초의 영화 '의리적 구투'가 대성공을 거둔 것은 일본이 아닌 한국인 손으로 만들었다는 점과 3·1독립운동을 경험한 민중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풍요함에 젖은 요즘 청소년들이 1970년대 산업화의 그늘 뒤에 버려진 하층민을 그린 '영자의 전성시대'를 이해할 수 있을까. 롤랑 조페 감독의 1986년작 '미션'을 보고 중남미에서 해방신학이 퍼지게 된 이유는 보지 못하고 엔니오 모리코네의 배경음악이 좋다고만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시간이 기계라고 비켜가는 것은 아니다. 과거 극장은 사람이 손으로 일일이 갈아 끼는 아날로그 필름 영사기였지만 1999년 '스타워즈 에피소드 2:보이지 않는 위험' 이후 디지털에 자리를 내줬다. 필름을 갈아 끼우거나 편집 또는 검열을 잘못해 중간에 끊기기라도 하면 하얀 스크린에서 비가 내리고 객석에서 휘파람이 터져 나오는 광경은 아득한먼 얘기가 됐다.
△그동안 서울에서 유일하게 필름영화를 상영했던 씨네큐브가 필름 영사기를 모두 디지털로 교체했다고 한다. 마지막 남은 필름 현상소인 서울필름도 사업을 중단할 계획이라는 소식이다. 감성의 아날로그가 사라진 영화관에는 '0'과 '1'의 단순함만이 존재하게 됐다. '시네마 천국'의 주인공 '토토'와 영사기 할아버지도, 오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공주를 짝사랑하며 99일간 행복을 느낀 어느 병사의 얘기도 이젠 모두 안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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