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은 최근 그리스의 재정적자난이 해소되지 않는 상황에서도 과감히 위험자산에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체코 등 동부 유럽 증시가 그리스 사태의 최대 수혜자가 됐다는 평가다. 2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체코와 터키 증시는 연초 대비 3%, 1%씩 상승했다. 같은 기간 동안 프랑스ㆍ독일 증시가 4% 가량씩 떨어진 것과 상반되는 모습이다. 유럽 전역의 증시 움직임을 드러내는 다우존스 유로스탁50 지수 역시 연초대비 5.8% 하락했다. WSJ은 투자자들이 그리스 위기의 파급력을 낮게 평가했기 때문에 이 같은 결과가 생겨났다고 분석했다. 투자자들이 그리스 위기의 확산을 우려하고 있다면 안전자산으로 몰려갔겠지만, 그리스의 위기가 체코ㆍ터키 등 동부유럽까지 퍼지지는 않을 것이란 판단 하에 이들 증시에 투자했다는 이야기다. 그리스의 연간 국내총생산(GDP)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2%에 불과하다. 유럽 각국 중앙은행들이 저금리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위험자산으로의 이동을 부추겼다는 분석이다. 소위 'PIIGS(포르투갈ㆍ이탈리아ㆍ아일랜드ㆍ그리스ㆍ스페인)' 국가들의 재정적자 위기와 경기침체가 저금리 기조를 장기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유로화를 사용하지 않는 비(非)유로권 국가들의 빠른 경제회복 전망도 위험투자의 근거가 됐다. 도이체방크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체코와 폴란드 등 비유로권 국가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유로권 국가들보다 월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경제성장률을 근거로 위험자산을 좇는 투자자들은 유럽 바깥의 개발도상국으로도 몰려가고 있다. 브라질 보베스파 지수는 연초대비 1.4% 하락했지만, 2월 1일 이후 상승률은 3.4%를 기록하고 있다. 한편에선 유럽 재정적자난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조지 소로스 퀀텀펀드 회장은 2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문을 통해 "그리스의 위기는 유로화의 위기로 번질 것"이라며 경계의 고삐를 늦추지 말 것을 당부했다. 소로스 회장은 "그리스 문제가 해결되더라도 나머지 PIIGS 국가들의 문제는 풀리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포르투갈의 나랏빚 1,650억 달러(약 190조원) 가운데 50%는 스페인 은행으로부터 빌려온 돈이다. 독일과 프랑스 은행들은 빚이 7,480억 달러에 달하는 스페인 정부에 각각 2,390억 달러, 1,870억 달러를 대출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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