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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학교에 가면 학습이나 생활 면에서 스트레스가 상당하다 들었는데 어떻게 준비해야 할 지 막막합니다."
경기도 안양에 사는 학부모 김성주(35)씨는 오는 3월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걱정이 태산이다. 정규 교육 시스템에 첫발을 들여놓게 되는 아이가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기 위해서는 여러 준비가 필요한데 무엇부터 해야 할지 막막하기 때문이다.
교육전문가들은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자녀의 부모들은 입학 스트레스가 상당하다"며 "앞으로 12년간의 학교생활의 출발점인 만큼 올바른 학습태도와 생활태도를 심어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크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들이 학습에 흥미를 못 느끼는 이유 중 하나가 유치원보다는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유치원 때까지는 모든 놀이가 재미 중심이었다면 정규 교과과정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상당하다. 이에 부모들은 아이를 대할 때 아이가 어떻게 학교에서 생활했는지를 우선에 둬야 한다. 즉 "오늘은 무엇을 배웠어"라고 질문하기보다 "오늘은 학교에서 어떻게 지냈어"라고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선생님이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줬니"라고 하기보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실 때 너는 무슨 생각을 했니"라고 물어야 한다. 무엇보다 "그것은 네가 다 아는 거잖아"라든가 "동화책에서 다 봤잖아" "친구는 너보다 잘했니 못했니"라고 다그치는 질문은 좋지 않다. 부모의 질문을 통해 수업은 새로운 것만을 배워서 재미있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환경에서 다른 방식으로 배우는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게 해야 한다.
학습준비와 관련해 주위에서 '이것이 좋다 저것이 좋다'는 말만 듣고 아이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학습프로그램을 두서없이 적용하지 말아야 한다. 구체적으로 일기를 쓰게 하는 것이 좋다. 일기는 자신이 생각한 것을 글로 표현해보는 시간을 갖게 하는 것이다. 이미 지나간 일을 다시 나열하는 식이라면 흥미를 쉽게 잃을 수 있다. 따라서 독서 후 느낀 점 등을 일기로 적게 하는 것이 좋다. 한글을 제대로 쓰기 힘든 경우 그림으로 표현하도록 하고 글 쓰는 습관을 들일 수 있도록 부담 없이 함께 적게 하면 유익하다.
학습 의욕을 가질 수 있게 자신감과 성취감을 심어주는 것도 부모의 중요한 역할이다. 긍정적 자아를 가진 아이들이 스스로 강한 학습동기를 만들어내는 만큼 아이 수준에 따라 조금씩이라도 도전해 성취할 수 있는 과제를 제시해야 한다. 이를 달성하면 칭찬을 많이 해주고 자신감을 갖게 해야 한다. 실패보다 성공의 경험이 훨씬 많아야 하는 나이가 바로 초등학교 1학년이다.
자기주도적 학습습관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스스로 계획하고 점검하는 습관을 형성하는 것은 자기주도적 학습의 첫걸음이다. 아이와 함께 아이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된 실현 가능한 생활계획표를 만들고 계획에 따라 생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예컨대 벽에 전지를 붙여놓고 1주일치 계획표를 그려도 좋고 화이트보드를 활용해도 좋다. 아이가 그날 해야 할 일을 체크하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시간관리'의 습관이 자연스럽게 몸에 밴다. 계획하고 반성하는 과정 속에서 자기주도 학습을 위한 상위 인지능력은 한층 강화된다. 조경희 시매쓰 수학연구소 소장은 "초등학교는 유치원에 다닐 때와는 달리 모든 일을 스스로 준비하고 챙겨야 하므로 입학 전 아이와 함께 기본적인 생활습관을 점검해야 한다"며 "그런 다음 학습 상태를 파악한 뒤 올바른 학습태도가 몸에 밸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입학 전 준비사항도 많다. 우선 학교 시간표에 맞춰 생활하는 습관을 갖도록 해야 한다. 초등학교 등교시간은 오전8시40분이므로 일찍 일어나서 아침을 먹는 연습을 해두는 것이 좋다. 화장실을 규칙적으로 가도록 유도하는 것도 중요하다. 유치원과 학교의 가장 큰 차이는 쉬는 시간에 맞춰서 화장실을 가야 하는 것이다. 시간을 잘 맞추지 못해 실수를 하는 학생들이 많다. 매 교시를 계산해 그에 맞는 생활리듬을 갖게 하고 수업시간에 화장실에 가고 싶다면 이야기하면 된다는 것을 계속 알려주고 연습해야 한다. 인사습관 역시 중요하다. 학교에서 마주치는 어른들이라면 거의 선생님들일 것이다. 잘 알지 못하더라도 가벼운 목례하는 법을 알려주거나 공손히 인사하는 방법을 익히게 한다.
또 미리 시력 체크를 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시력이 좋지 않은 아이는 수업시간에 얼굴을 찡그리게 되고 집중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 마련이다. 초등학교 입학 전에는 아이들이 이를 인지하지 못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미리 체크해둬야 한다는 것이다.
배정될 학교에 미리 다녀오는 것도 적응에 도움이 된다. 통학로를 함께 가보면서 주변에 무엇이 있는지 위험상황에 처하면 어디로 가야 하는지 등을 아이가 부모와 함께 익히도록 해주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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