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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바 왓슨(34ㆍ미국)은 왼손잡이 장타자다. 지난 2004년 길라리버 클래식에서 날린 422야드 샷은 미국프로골프(PGA) 2부 투어 역사상 최장거리 포로 기록됐다. 2006년 PGA 정규 투어 데뷔 이래 2008년까지 드라이버샷 거리 1위를 놓치지 않았고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근소한 차이로 2위에 머무르다 올해 다시 1위(평균 313.1야드)에 복귀했다.
왓슨이 무서운 것은 그저 멀리 치는 데 그치지 않고 컨트롤 능력을 겸비한 선수라는 점 때문이다. 투어 동료인 부 위클리(미국)는 "그는 로브웨지로 15야드나 휘어지는 훅을 칠 수도 있다"며 왓슨의 탁월한 샷 구사 능력을 칭찬했다.
왓슨이 창의적인 플레이로 오거스타 내셔널에서 신의 선택을 받았다. 왓슨은 9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파72ㆍ7,435야드)에서 끝난 PGA 투어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마스터스 토너먼트(총상금 800만달러)를 제패해 그린 재킷의 주인공이 됐다. 최종 4라운드에서 4타를 줄인 그는 루이 우스트히즌(30ㆍ남아공)과 최종합계 10언더파 공동 선두로 정규 라운드를 마친 뒤 두 번째 연장 접전 끝에 우승했다.
10번홀(파4)에서 펼친 두 번째 연장전은 왓슨의 창의력이 빛난 장면이었다. 드라이버샷을 페어웨이 오른쪽 나무 사이로 보내 위기를 맞았다. 나무가 가로막고 있어 그린이 보이지도 않았던 상황. 왼손잡이인 그가 친 볼은 그린보다 훨씬 왼쪽을 향해 출발한 뒤 오른쪽으로 휘어지더니 155야드 떨어진 그린에 안착했다. 장애물을 피해 친 의도적인 훅샷은 기술과 상상력이 결합된 최고의 샷이었다. 그림 같은 이 한 방으로 파 세이브를 해낸 왓슨은 PGA 투어 통산 4승째이자 생애 첫 메이저 대회 우승을 거머쥐었다.
두 번째 샷을 그린에 올리지 못해 보기로 마감한 우스트히즌은 "40야드 정도는 휘어진 믿을 수 없는 커브 볼이었다"며 왓슨의 승리를 인정했다.
최종 라운드 초반은 우스트히즌의 페이스였다. 그는 2번홀(파5)에서 76년 마스터스 역사상 네 번째 알바트로스(더블 이글)를 작렬하며 기세를 올렸다. 253야드를 남기고 친 4번 아이언 세컨 샷이 그린 앞쪽 가장자리에 떨어져 27m가량을 구른 뒤 그대로 홀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 홀 더블 이글은 처음 기록됐다. 그러나 이후 보기 2개와 버디 2개로 제자리걸음을 하는 사이 왓슨의 추격이 시작됐다. 12번홀까지 버디 2개와 보기 2개를 맞바꾼 왓슨은 13번부터 16번홀까지 4연속 줄버디를 엮어내 우스트히즌을 연장전으로 끌고 가는 데 성공한 뒤 역전 우승을 거뒀다. 144만달러의 우승상금을 받은 그는 자신의 최고 세계랭킹인 4위로 점프하게 됐다. 왓슨의 우승으로 최근 10년간 마스터스에서는 다섯 차례나 우승컵이 왼손 골퍼에게 돌아갔다.
왓슨은 처음 마스터스에 출전했던 2008년 20위를 차지한 것이 이 대회 최고 성적이었다. 아내가 2주 전 출산을 해 이날 어머니의 축하를 받은 그는 "우승은 꿈도 꾸지 못했다"며 "새로 태어난 아이를 보러 빨리 집으로 가야겠다"고 말했다.
왓슨의 창의력은 독학 골프에서 비롯됐다. 6살 때 마당에서 플라스틱 볼을 가지고 골프를 시작했고 이후로도 코치 없이 활동해왔다. 그럼에도 원하는 구질과 방향으로 샷을 날리는 왓슨은 타이거 우즈(37ㆍ미국)에게도 관심의 대상이 됐다. 왓슨과 자주 메이저 대회 연습 라운드를 도는 우즈는 이날 트위터 메시지를 통해 "환상적인 창의력이었다. 내년 대회 챔피언 만찬 메뉴에는 어떤 창의력이 발휘될까"라며 축하했다.
한편 우스트히즌은 1935년 대회 진 사라젠(미국) 이후 단 두 번째의 알바트로스 우승자가 될 기회를 아쉽게 놓치고 86만4,000달러의 상금을 받았다. 재미교포 케빈 나(29)는 공동 12위(2언더파), '톱10' 입상을 노렸던 루키 배상문(26ㆍ캘러웨이)은 공동 37위(4오버파)에 그쳤다. 관심을 모았던 타이거 우즈와 로리 매킬로이도 나란히 공동 40위(5오버파)로 부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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