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에도 도움 돼야 大-中 企공생발전 가능
유로존 침체 등 수출 악재 FTA·한류·저력으로 돌파
"올해 대부분의 KOTRA 사업은 중소기업 쪽에 비중을 두고 할 것입니다. 특히 이들이 해외로 나갈 수 있는 길을 활짝 열어주겠습니다."
오영호(사진) KOTRA 사장은 지난 26일 서울 서초구 염곡동 KOTRA 본사에서 가진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달반 전 KOTRA에 와서 보니 올해 사업계획은 거의 다 정해져 있었는데 제가 생각하는 것과 달라 이를 수정하고 수행할 조직도 바꿀 수밖에 없게 됐다"며 "가장 특징적인 것은 중소기업본부를 만든 것인데 이는 그만큼 중소기업에 비중을 두고 하겠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산업자원부(현 지식경제부) 제1차관과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등을 거쳐 우리나라 무역정책의 실질적인 액션플랜을 짜는 행동대 격인 KOTRA의 수장이 된 오 사장은 이 같은 생각을 하게 된 배경에 대해 거침없이 말을 이어나갔다. "우리는 해외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졌습니다. 그런데 약 310만개의 중소기업 중 수출하는 곳은 7만9,000개(2.6%)밖에 안 됩니다. 반면 똑같이 해외 의존도가 높은 독일 같은 나라는 중소기업 중 수출 업체 비중이 10%, 영국은 11%가량 됩니다. 중소기업이 주로 내수시장에서 사업을 하다 보니 대중소기업 문제도 생기는 거지요. 중소기업이 해외로 진출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는 게 기본적인 생각입니다. 오는 2020년까지 5%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특히 오 사장은 지난해 무역 1조달러를 달성한 한국이 무역 2조달러를 조기에 달성하는 길도 중소기업 육성에서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중소기업의 수출 비중은 3분의1 정도인데 대기업이 커가는 데 한계가 있다면 중소기업이 그 부분을 메워줘야 하지 않겠냐"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필요한 과제로는 수출품목 다양화와 중소기업 역량강화, 서비스 분야 수출확대 등을 꼽았다. "한국은 수출 5대 품목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50%에 이를 정도로 편중돼 있는데 수출품목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어 오 사장은 "매년 1조달러클럽에 들어가는 나라는 미국ㆍ독일ㆍ중국 등 이미 2조달러 혹은 3조달러에 진입한 6개국 정도"라며 "나머지는 1조달러클럽에 들어갔다 나갔다 하는 만큼 이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현재 한국의 무역성장률은 7% 정도인데 이 추세로 가면 2조달러까지 14~15년이 걸릴 것으로 추산된다"며 "10년 안에 2조달러를 달성하려면 연평균 9% 정도 성장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오는데 그 2%를 더하기 위해 KOTRA의 역할과 우리나라 무역정책 등을 바꿔나가든지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 사장은 노무현 정부 때 산자부 차관으로서 대중소기업 상생발전을 자신이 기획했다고 밝힌 뒤 이명박 정부의 공생발전에 대한 입장도 피력했다. 그는 "과거 포스코에서 협력업체로부터 어떤 신제품을 받았더니 수십억의 이익이 더 발생해 그 절반을 나눠준 사례가 있었다"며 "'이익공유제'라는 게 그렇게 해서 만들어졌는데 결국 대기업들에 도움이 되는 것을 만들어줘야 공생발전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공생발전은 오너의 생각이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며 "하청업체를 압박해 이익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인사고과에서 손해 보는 시스템에서는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오 사장은 서비스 분야의 수출역량 강화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무역 성장률을 2% 높이려면 서비스 쪽 수출증대도 절실합니다. 사실 서비스 쪽을 강화하자는 얘기가 나온 건 20년도 넘었는데요. 서비스 산업은 워낙 분야가 넓은데 이것저것 다하려고 하지 말고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게 중요합니다. 제조업을 바탕으로 한 서비스 산업, 이를 테면 헬스케어ㆍ실버인더스트리 등이 그런 예입니다. 현재 국내 한 사립대와 러시아에 병원 패키지를 수출하는 것을 중간에서 조율하고 있습니다."
오 사장은 또 신흥시장 쪽으로 무역관과 인력들을 전진 배치할 방침임을 밝혔다. 그는 "결국 신흥시장으로 가는 것이 우리가 먹고 살 길이 아니겠냐"며 "올해 신흥시장에 8개의 무역관을 새로 만드는데 이렇게 되면 총 119개 무역관 중 신흥시장의 비중이 70%를 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그는 본부에서 현재 111개의 무역관을 관리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판단해 총 17개의 무역관이 있는 중국 등에는 자체 컨트롤타워를 구축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현재 KOTRA의 이사를 맡은 본부장을 중국으로 발령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외에도 63개팀을 50개로 줄이는 등의 이번 조직개편에 따라 KOTRA는 2월1일자로 인사를 단행할 계획이다.
올해 경제전망이 어떻겠냐는 질문에 오 사장은 구름이 잔뜩 껴 있다는 은유로 말을 이어갔다. 그는 "올해는 유로존 선진국의 경기침체, 세계 주요 국가의 선거, 이란과 북한의 안보 문제 등 삼중 리스크가 있어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지역별 조사 결과에 따르면 특히 유럽과 중남미 쪽이 많이 안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도 올 1월 두 자릿수의 무역적자를 기록할 것 같아 걱정"이라며 "시즌별로는 상반기가 더 좋지 않아 '상저하고'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판단에 따라 오 사장은 올해 총 1,300억원의 KOTRA 사업비 가운데 3분의2를 상반기에 집행할 계획이다.
오 사장은 부정적인 경제전망을 펼치면서도 한국에는 이에 맞설 강점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에게는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넓은 지역을 포괄하는 자유무역협정(FTA), 한류와 개선된 국가 이미지, 수많은 위기를 돌파해낸 저력 등 남들이 가지지 않은 세 가지 무기가 있다"면서 특히 한류에 대해 큰 기대를 나타냈다. "최근 한국상품 구매를 더 확대하겠다는 바이어들을 대상으로 이유를 묻는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그랬더니 '한국 이미지가 좋아서'라는 답변이 31%나 됐어요. 한류 등을 통해 우리나라의 이미지가 많이 좋아진 것으로 보입니다. 주요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 때 코리아 프리미엄을 구축해야 한다고 늘 얘기하곤 했는데 그게 현실화된 것 같아 크게 고무됐습니다. 콘텐츠 외에 다른 상품이나 한국상품 전시회에도 한류를 덧칠해볼까 합니다. 한걸음 더 나아가 외국인 투자유치 행사 등에도 한류를 접목할 방법이 없는지 궁리하고 있습니다."
오 사장은 FTA의 의미와 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도 힘줘 말했다. "미국ㆍ유럽연합(EU)ㆍ동남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ㆍ중국ㆍ일본 등 5대 거대경제권 가운데 3개 지역과 FTA를 맺은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습니다. FTA로 묶인 경제영토로 보면 한국이 세계에서 제일 넓은 셈이지요. 한미 FTA에는 크게 세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먼저 자동차 부품ㆍ섬유ㆍ가전제품ㆍ전자제품 등의 관세가 낮아져 수혜를 볼 수 있습니다. 둘째, 까다로운 납품조건 등으로 문턱이 매우 높았던 연방조달시장에 FTA로 진입할 수 있는 여지가 커졌습니다. 외국인 투자유치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한국과 미국 간의 관세혜택을 노리고 일본ㆍ중국에서도 투자자본이 들어올 수 있습니다."
중국ㆍ일본ㆍ중일 등 추진 대상과 개방수위 등 세간에서 거론되고 있는 여러 FTA 셈법에 대해서도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일본하고 FTA를 하면 우리가 겁나는 건 부품소재 분야이고 우리는 김ㆍ수산물 같은 것들을 일본에 많이 팔 수 있습니다. 반면 중국과 하면 농수산물 등은 우리가 불리하고 공산품은 우리가 강하겠지요. 한중일 FTA를 하면 양쪽 국가에 대한 약점을 서로 보완할 수 있습니다. 이론적으로는 한중일 FTA로 국내총생산(GDP)이 늘어나는 효과가 제일 큽니다. 하지만 중국과 일본의 묵은 감정, 한중 리더들이 한일 리더들보다 FTA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현실적으로는 한중 FTA가 선행될 것으로 봅니다. 중요한 것은 중국의 기술이 발전하면 할수록 한국의 입지는 점점 줄어드는 만큼 가능하면 빨리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현실은 이렇더라도 한국이 동아시아ㆍ세계에서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결국 한중일 FTA로 가야 합니다."
■오영호 사장은 오영호 KOTRA 사장은 산업자원부 자원정책실장ㆍ제1차관, 대통령비서실 산업정책비서관,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등을 지낸 한국에서 손꼽히는 '무역통'이다. 그런 만큼 그는 지난 수십년간의 한국무역사는 물론 정부정책의 뒷얘기, 최근 무역과 관련된 각종 수치 등을 줄줄 꿰고 있었다. 한시간반 남짓 진행된 인터뷰 도중 무역과 관련된 질문을 하면 탁자에 놓인 자료를 들여다보지도 않고 수많은 수치들을 인용해가며 거침없이 답변을 이어갔다. 작지만 다부진 체격의 오 사장은 KOTRA로 옮긴 지 불과 10여일 만에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참석한 본부장들과 허물 없는 대화를 나눌 정도로 친화력이 뛰어나다. 격식을 따지지 않는 소탈한 성품을 지닌 그는 항상 호탕하게 웃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는 수시로 해외를 오가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등 바쁜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그의 건강관리 비법이기도 하다. "매사에 감사하고 조그마한 것에도 시원하게 많이 웃으려고 노력합니다. 그게 스트레스를 없애는 데 효과가 큽니다." 그는 '진수무향(眞水無香)'이라는 글귀를 아주 좋아한다. 진정한 물은 향기가 없다는 뜻으로 남들이 알아주는 것에 연연하지 말고 정진하라는 의미다. 또 한가지 지금껏 금과옥조로 지켜온 생각은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다. 일이든, 공부든 즐기면 행복하게 스트레스도 받지 않고 할 수 있으며 그 결과도 좋은 반면 주어지는 일을 고역으로 알고 하면 오래하기도 힘들고 결과도 좋지 않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오 사장은 공대 출신으로 무역ㆍ자원 분야의 최고전문가가 된 비결을 묻는 질문에 "문제해결을 위해 정공법을 택하고 또 일을 즐기면서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늘 몸담고 있는 조직에 깊은 애착을 가지고 주어진 업무에 '전력투구'하면 관련 분야에 대한 지식이 늘어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집중해서 생각하면 새로운 창의력이 생기고 이것이 쌓이고 쌓이면 프로페셔널, 즉 전문가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오 사장에게 앞으로 남은 인생의 꿈을 물었다. 그는 젊은이들의 교육에 관심이 많다고 답했다. "제가 이공계 출신으로 행정공무원을 했기 때문에 이공계 학생들에게 제 경험을 들려주고 그들이 간접경험을 할 수 있도록 시간을 많이 내는 편입니다. 특히 중고등학교는 가급적이면 시간을 맞춰 가려 합니다. 그런데 가서는 아무래도 이공계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합니다. 제가 얘기하는 경험을 듣고 앞으로 직업을 선택하거나 살아가는 데 보탬이 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에서입니다." 앞으로 기업으로 갈 생각이 없느냐는 이어진 질문에는 "하라고 하면 워커 신고 현장에서 뛰어다니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약력 ▦1952년 서울 ▦서울대 공과대학 화공과 졸업 ▦미국 버지니아주립대 경제학석사 ▦경희대 경제학박사 ▦1979년 제23회 행정고시 합격 ▦1980년 상공부 사무관 ▦1985년 주미대사관 상무관 ▦2002년 산업자원부 산업기술국장 ▦2005년 산자부 자원정책실장 ▦2006년 대통령비서실 산업정책비서관 ▦2007년 산업자원부 제1차관 ▦2008년 서강대 에너지환경연구소 소장, 교수 ▦2009년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2010년 서울 G20비즈니스서밋 집행위원장 ▦2011년~ KOTRA 사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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