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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11월 9일] 명색이 G20 의장국인데…

김형기 부국장 겸 금융부장 미국에 버금갈 정도로 국제적 위상이 높아진 중국이 가끔씩 실소를 머금게 하는 일을 한다. 지금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중국에선 남녀할 것 없이 잠옷바람으로 버젓이 골목을 거니는 사람들이 꽤 있다는 뉴스를 접한 적이 있다. 문화 차이라고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냉정하게 말하면 후진적 문화다. 그러고 보면 우리도 1980년대까지 버스 안에서 담배를 피우곤 했다. 그때는 일상적이어서 그러려니 했지만 되돌아보니 후진적 문화다. 보험사들이 자동차보험 적자 때문에 죽겠단다. 차보험만 전문으로 하는 보험사들은 보험료를 올려주지 않으면 사업을 접어야 할 형편이라고 난리다. 올해만 벌써 두번째 올렸는데도 부족하다고 아우성인 것을 보면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다. [차보험 적자의 불편한 진실] 자동차보험 적자에는 사실 모두가 알지만 드러내 놓고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우리 사회의 치부가 담겨있다. 실상은 아주 명쾌하다. 차사고가 발생하면 피해자는 보상을 최대한 받으려 들고, 가해자는 보험금 추가 부담이 없는 한도까지는 맘껏 인심을 쓴다. 이 연결고리에 정비업소와 교통사고 전문병원이 끼어있다. 올해부턴 인명사고가 아닌 사고차 수리와 관련해서 약정에 따라 최대 200만원까지는 보험금이 할증되지 않도록 바뀌었다. 뜯어낼 돈이 커졌으니 정비업소만 때를 만났다. 190만원에 맞춘 정비상품도 있다고 한다. 그래도 양심은 있는지 200만원을 꽉 채우지는 않았다. 보험가입자를 살펴봐도 상황은 비슷하다. 올해 대물사고 할증선을 200만원으로 선택한 보험자들이 수리비로 청구한 ‘자차손해율’은 102.7%에 달한다고 한다. 보험료를 낸 것 이상 수리비로 사용했다는 의미다. 정비업소는 돈벌어서 좋고, 운전자는 헌차가 새차돼 좋으니 모두가 신났다. 보험사만 죽을 맛이다. 앞장서 도둑심보를 다스리겠다고 한들 단속권한이 없으니 경찰만 바라본다. 이것저것 바쁜 경찰이 정비업소며 교통사고 전문병원이 보험사 호주머니를 뒤져간들 어떻겠는가. 보험사 살림살이에까지 신경 쓸 이유도 여유도 없다. 정비업소나 병원, 차사고 운전자들은 그래서 더 맘놓고 보험사 금고를 뜯어먹는다. 보험사 하나만 굶으면 되는데 누가 거들떠 보겠는가. 많이 배웠건 적게 배웠건 자동차사고에서 이어진 보험처리를 보면 경미하건 중대하건 내남할 것 없이 적당히 사기공범이 된다. 모두가 사기범이면 아무도 사기범이 아니라는 공범의식이 알게 모르게 만연해 있다. 보험료 오르는 것쯤 차수리 한 번 더 하면 된다는 생각도 가질 법하다. [공범만들기 그만둘 때] 보험사보다 훨씬 억울한 것은 점잖은 무사고 운전자들이다. 사고 한번 내지 않고 조심조심 운전했는데 걸핏하면 적자라며 보험료를 올리려 든다. 보험사 적자의 원인을 알면 더더욱 보험료를 올려주기 억울하다. 보험사기를 단도리하지 못해 적자가 커졌는데 멀쩡한 무사고 운전자들에게 적자구멍을 메워달라는 식이다. 보험사를 바꿔봤자 사정은 비슷하다. 자동차 운전을 안 한다면 모를까 법에 따라 강제로 보험을 들어야 하니 억울해도 어쩔 도리가 없다. 보험료를 못 올리면 적자로 만신창이가 될 보험사도 딱하지만, 남의 보험사기에 생돈을 뜯겨야 하는 무사고 운전자들도 딱하다. 사고친 놈 따로 있고, 벌받는 놈 따로 있는 양상이다. 뒤집어 보면 우리 사회의 후진성이 바로 자동차보험 적자의 핵심이다. 속살이 다 비치는 잠옷바람으로 다니면서도 천연덕스런 표정을 짓는 중국사람들과 다르지 않고, 사람들 많은 버스 안에서 창을 열고 당연한 듯 담배를 피우던 80년대 사람들과 다르지 않다. 명색이 세계의 문제를 고민하겠다는 ‘G20 의장국’인데도 우리 사회는 아직 일상에 만연하는 보험사기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그저 그런 수준이다. 이젠 그 후진성을 창피해 할 때도 됐다. /k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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