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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는 애니메이션 '넛잡: 땅콩 도둑들'이 위기를 기회로 바꾼 창조경제의 대표적인 사례로 부상하고 있다. '넛잡'은 지난 1월17일 북미시장에서 공개한 후 2월2일 현재 5,057만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제작사인 레드로버는 "북미 평균 개봉기간이 석 달인 것을 감안하면 최종 수익은 7,000만달러가 넘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는 한국 애니메이션으로는 사상 초유의 사건이다.
레드로버는 3차원(3D) 게임을 주로 만드는 회사였다. 그러던 중 게임시장이 부진하면서 애니메이션으로 눈을 돌렸다.
기본적인 기술력이 있어 아이디어를 가지고 처음부터 판을 크게 벌였다. 열악한 국내 애니메이션시장을 건너뛰고 세계시장을 공략하기로 한 것이다. 애니메이션은 실사 영화와 달리 세계 공통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 그동안 관계를 맺고 있던 캐나다의 툰박스와도 함께 작업에 들어갔다. 총 제작기간은 4년. 그리고 한국·캐나다 스태프가 350명이 동원됐다. 그리고 북미에서 먼저 개봉했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이미 세계 120개국에 선판매되는 성과도 거뒀다. 하외진 레드로버 사장은 자금을 모으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자본금 121억원의 조그만 코스닥 상장사가 애니메이션을 한다니 '양치기 소년'이라는 비아냥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기술력을 믿었고 이것을 글로벌 영화사의 노하우·배급망과 연결시켜 성공을 거뒀다. 레드로버는 450억원을 모아 영화에 투자했다.
대표적인 K팝 한류스타인 싸이를 활용한 것도 융복합이라는 관점에서 도움됐다. 영화가 끝나고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 싸이 캐릭터가 출연해 영화의 모든 캐릭터와 '강남스타일'을 부른다. 북미 영화관에서는 이를 보기 위해 자리를 지키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이는 기자가 관람한 국내 극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정부의 지원도 주효했다. 애니메이션 산업 지원책에 따라 정부출자 투자조합과 수출입은행·기업은행 등에서 자금이 조달됐고 해외 홍보도 도왔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국내 개봉일에 직접 관람한 것도 그런 차원의 일이다.
다만 한계점도 적지 않다. 개봉 11일 만인 이달 8일 현재 국내 관객은 겨우 39만명. 기자가 관람한 극장에는 대부분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 단위였는데 코믹 장면에서도 웃음소리가 별로 들리지 않았다. 웃음 코드가 다르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영화 소재를 미국적 사고와 스토리에 맞추다 보니 오히려 한국 정서와는 어울리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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