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는 인격수양의 길이며 동양문화의 꽃입니다. 그래서 정치인들은 서예를 즐겨 배우고 일단 배우기 시작하면 더 일찍 접하지 못했음을 후회할 정도입니다. 서예는 함께 늙어가기 좋은 친구며 특히 정치인이 남기는 글은 문화 전파력이 더 큰 만큼 의미 있는 일입니다."
22일 국회의원회관 1층 전시장에서 막을 올린 '제1회 한중 의원 공무원 서법전'의 기획자이자 서예가인 초당 이무호(66·사진) 한국세계문화예술발전중심 회장은 전시 개최 배경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이 회장은 "정신문화의 최후 보루 격인 서예의 대중화를 위해 다각도로 모색하던 중 중국에서는 고위정치인의 서예활동이 일반 국민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다는 점에 착안해 한국과 중국의 정치인 서예작품으로 국제 교류전을 열기로 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 같은 개념의 한중 고위정치인 서예 교류전은 처음 시도된 것으로 앞서 지난 6일부터 12일까지 중국 베이징시 노동인민문화궁에서 먼저 전시가 열렸다. 전시에는 김영삼·이명박 전 대통령의 글씨를 비롯해 김종필 전 국무총리, 이만섭 전 국회의장, 이기택 전 민주당 총재, 목요상 헌정회장, 김용채·손주항·박계동 전 의원과 주승용 등 현직의원까지 총 112명이 참여했다. 중국 측 인사로는 차오웨이저우 전인대상무위 부비서장과 정치자문 기구인 전국 정협위원인 서칭평 중국인민대학예술학원장, 리진화 중국정협부주석 등 300여명이 출품했다.
이 회장은 "개별 출품자를 접촉하고 작품을 의뢰했기에 2년 이상의 전시 기획기간이 걸렸다"며 "앞선 중국 전시에 대해 '한국 공무원의 서예 수준이 아주 높다'는 평가를 받았고 특히 이기택 전 총재가 쓴 '민유방본(民惟邦本·백성을 나라의 근본으로 생각한다)'이 상당한 호평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번 국제 교류전을 시작으로 동아시아 한자문화권의 서예문화 행사를 연례화시킬 계획이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박근혜 대통령의 방중 때 선물로 전한 것이 바로 좋은 글귀를 적은 서예작품이었어요. 먹 번짐은 쓰고 보는 사람의 마음을 흡수하며 그 문장 속에는 선현들의 귀한 말씀이 담겨 있고 역사적 인물의 충성심, 자연예찬의 풍류글 등이 두루 담겨 개인의 정서 교류뿐 아니라 정치·외교에서도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고유의 '태극서법'을 창안한 이 회장은 2012년 옥관문화훈장을 받았으며 서예 대중화를 위해 드라마 '태조 왕건' '대조영' '왕과 비' 등의 사극 타이틀을 쓰기도 했다. 이번 전시는 오는 26일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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