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개표결과가 알려지기 전까지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앵그리맘이 여야의 승패를 가를 핵심 변수가 될 것임을 의심하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로 인한 국민의 분노가 그만큼 컸다는 의미다. 실제로 참사 이전까지만 해도 열세를 면치 못했던 야당 후보들이 16일 이후 일제히 대약진을 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예상외의 결과가 나왔다. 어느 정당도 자신있게 승리했다고 외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이를 두고 선거전문가들 사이에는 앵그리맘이 선택을 포기함으로써 정치권에 대한 불신을 드러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앵그리맘의 외면은 지난달 30~31일 실시된 사전투표에서 그 단초를 드러냈다. 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학보모세대인 30대와 40대의 사전투표율은 각각 9.41%와 9.99%. 50대(11.53%)와 60대(12.22%)는 물론 20대(15.97%)에도 한참 못 미친다. 4년전인 2010년 지방선거때, 또 2012년 대선 당시 20대보다 월등한 투표율로 선거 향배를 좌우했던 것과는 분명한 대조를 보인다.
선거 당일에도 이러한 현상은 그대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예상보다 낮은 50% 중반대에 그친 투표율을 그 증거로 내세운다. 참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정부 여당에 대한 분노와 야당에 대한 불신이 30~40대의 발길을 투표장 밖으로 내몰았다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세월호 참사로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안산시. 안산시는 이번 선거에서 총 유권자 56만1,010명 중 26만9,894명만이 기표소를 찾아 48.11%의 투표율을 보였다. 특히 단원고등학교가 있는 단원구는 47.8%에 불과했다. 전국 평균 56.8%는 물론, 경기도 평균인 53.3%에도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분노한 민심이 선거 외면으로 표출되며 정치적 무력감을 야기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디지털미디어부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