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담뱃값이 2,000원 오르는 게 확실시 되면서 시내 판매점에는 디스 등 인기담배들이 줄줄이 품절사태를 빚고 있다. 담뱃값이 오르기 전에 한갑이라도 더 사놓으려는 사재기 수요가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30일 서울시내 담배판매점이나 편의점 등에는 이미 디스나 던힐, 말보루 등 인기 담배가 동난 상태다. 서초구 방배동의 경우 인근 3개 편의점 모두 인기 담배가 자취를 감췄다. 방배동 A편의점 관계자는 "담배를 추가로 주문해 놨는데 들어오지 않아 남아 있는 재고로 화요일까지 버텨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마저 품절된 품목이 상당수에 달한다"고 토로했다. 재고 규모가 큰 B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담배 가격 인상이 확정되자 담배를 보루 단위로 찾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 웬만한 인기 담배들은 품절상태다.
일부에서는 원정 사재기도 성행하고 있다. 매출이 높은 편의점에는 이미 담배 판매 수량에 제한을 두자 자동차를 타고 시내를 돌며 담배를 사러 다니는 원정 사재기까지 성행하고 있는 것이다. 성동구의 C편의점은 외진 곳이라 평소 담배를 찾는 손님이 거의 없지만 최근에는 젊은이들이 원정 사재기에 나서면서 인기 담배들이 속속 팔려나가고 있다. C편의점에서 일하는 김모씨는 "담배 파는 데 제한을 안 두다 보니 일부러 멀리서 이야기를 듣고 찾아와서 종류별로 몇 보루씩 사가는 손님이 있다"며 "다른 구에서도 일부러 들리는 손님도 오후시간에만 10여명이 넘는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판매점은 일부 담배의 판매를 제한하는 곳도 생겼다. 서초구 방배동의 한 편의점은 최근까지 담배를 개인 1인당 한 보루까지 팔아 왔지만, 여야 정치권이 담뱃값 2,000원 인상을 합의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곧바로 4갑 이상은 판매하지 않고 있다. 때아닌 담배사기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담배판매를 제한한 일부 판매점에서는 더 달라는 손님과 단골에게 우선 판매하기 위해 없어서 못 판다고 우기는 주인 사이에 실랑이도 벌어지는 모습이 자주 목격됐다.
담배값 인상이 기정사실화 되면서 일부 흡연자들은 전자담배로 눈을 돌리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실제 회사원 이모(28)씨는 최근 일반 담배에서 전자 담배로 갈아탔다. 이씨는 "전자담배의 경우 기계값은 7만원대로 높아도 3만원 짜리 액상을 사면 한 달간 피울 수 있어 일반 담배를 피우는 것보다 훨씬 경제적"이라며 "담뱃값을 고민하는 지인들에게도 전자담배를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동구 왕십리에 위치한 한 전자담배 가게에는 지난해 대비 같은 시기에 매출이 30% 이상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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