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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경제소사/5월30일] 소비자파산


1997년 5월30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합의 50부가 2억6,000만원의 부채를 감당하지 못한 현모(당세 43세)씨에게 소비자파산 선고를 내렸다. 1962년 제정된 파산법에 소비자파산제도가 명시돼 있었으나 법원이 개인의 파산 신청을 받아들이고 선고까지 내린 것은 사상 처음. 채무 원리금을 탕감 받는 파산 선고는 기업의 전유물이었다. 현모씨가 서울 유명 대학 교수의 부인이었다는 점도 논란을 일으켰다. ‘고소득자인 대학 교수 부인까지 법의 구제를 받는다면 너나 없이 빚을 갚지 않고 파산을 신청할 것’이라는 여론도 일었다.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1997년 한해 동안 15건 정도였던 파산 신청자는 2001년 처음으로 1,000명선을 넘어선 데 이어 2007년에는 15만4,039명으로 늘어났다. 무려 1만배나 늘어난 파산 신청자 수마저도 분산된 결과다. 소비자파산과 달리 공무원이나 변호사 등 공직이나 전문직에 종사할 수 있는 길이 제한되지 않는 개인 워크아웃(2002년)과 개인 채무자 회생(2005년) 등까지 합치면 실제 파산자들은 통계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개인파산 폭증은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겪은 경제 파탄의 여파와 신용카드 남발을 통한 인위적 경기 활성화의 후유증이 겹쳤기 때문이다. 정부도 고비 때마다 설익은 신용불량자구제책을 발표해 ‘빚을 제대로 갚으면 바보’라는 도덕적 해이 풍토의 확산을 오히려 부추겼다. 역대 정권이 그랬고 실용정부도 인수위 시절에 그랬다. 문제는 앞날이다. 고유가와 경기침체의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나면 채무자들이 원리금 상환 한계에 도달하고 개인파산이 늘 가능성도 그만큼 커지기 마련이다. 첫 소비자파산 선고 11년, 삶은 날로 곤궁해지고 일본계 대금업자들의 광고만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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