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자 회담 후 분위기 급랭…민주당 의원총회선 고성 오가
박근혜 대통령과 황우여 새누리당ㆍ김한길 민주당 대표의 16일 3자 회담은 살얼음판을 걷다 결국 파국을 맞았다.
오후 3시 전용차량을 통해 국회 의원동산 내 한옥인 사랑재에 도착한 박 대통령은 김 대표와 첫 조우를 했다. 서로 가벼운 인사말을 건네며 악수를 청하던 두 사람은 러시아ㆍ베트남 순방 결과를 설명하는 보고회 때까지만 해도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길게 자란 수염은 그대로였지만 김 대표가 깔끔한 정장차림으로 나타나며 ‘드레스코드’논란도 일단락됐다.
하지만 강창희 국회의장을 비롯한 의장단과 여야 원내지도부가 자리를 뜨고 본격적인 회담을 시작하고부터 분위기는 급랭했다. 특히 박 대통령이 보내준 회갑 축하난으로 운을 띄운 김 대표가 작심한 듯 강경 발언을 쏟아내자 대화는 평행선을 달리기 시작했다.
대화는 당초 예정된 시간을 30분 넘겨 1시간 30분간 진행됐다. 오후 5시께 박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나란히 사랑재를 나오자 국회에는 잠시 “드디어 국회 정상화가 이뤄지는 게 아니냐”는 기대감이 감돌았다.
황ㆍ김 대표는 박 대통령을 배웅한 뒤 다시 사랑재로 돌아와 문을 걸어 잠그고 30분간 별도 회동을 했다. 황 대표는 대표회동을 마친 직후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 아주 실질적이고 강력한 말을 했다”며 “대통령으로서는 진심을 담아서 야당이 요구한 얘기에 대해 얘기했으니 좋은 결과 나오리라 기대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뒤이어 모습을 드러낸 김 대표는 굳은 표정으로 자리를 피했다.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지자 “많은 얘기를 했지만 정답은 하나도 없었다”고 말해 대화 과정에서 이견이 컸음을 암시했다.
곧바로 소집된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는 고성이 오가는 격앙된 분위기가 연출됐다. 김 대표는 의원들을 향해 “많은 얘기가 오갔지만 평행선을 긋는 얘기를 주고받을 수 밖에 없었다”며 다시 장외로 돌아간다는 결정을 내릴 수 밖에 없는 배경을 설명했다. 뒤이어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연 여상규 새누리당 대표비서실장도 이날 대화내용에 대한 상반된 해석만 반복할 뿐이었다.
청와대는 회담 직후 3자 회담에 대해 “대통령이 민의의 전당인 국회로 직접 찾아가 정치권의 지도자들과 현안에 대해서 얘기를 함께 나눴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의미 있다”며 자화자찬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정작 민주당의 장외투쟁 재개에 대한 입장은 따로 내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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