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배출권거래시장이 출범 6개월을 맞았지만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아 과다 혹은 과소 할당 여부를 예고하는 선행지표로서의 역할을 상실했다. 배출권 거래시장이 이른바 '부러진 나침반'이 되면서 기업과 정부 간의 행정소송 등 소모적 논쟁은 2015년 배출량이 확정되는 내년 3월까지 계속 이어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12일 환경부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월 12일 개장한 배출권거래시장에서 탄소배출권(KAU15)은 122거래일 연속 거래량이 '0'이다. 개장 이후 지난 1월 16일에 거래가 체결된 이후 지금까지 전혀 매매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상쇄배출권(KCU15) 역시 지난 4월 거래가 시작된 이후 기업들 간의 협의매매로 77만9,658톤 거래된 것이 전부이다. 상쇄배출권은 기업들이 산림조성 등 외부에서 탄소를 감축하면서 정부가 배정한 할당량 외에 신규로 인정받은 배출권을 말한다. 정부는 배출권 거래시장을 조성하면서 산업계에 총 15억9800만톤을 할당했지만 현재까지 거래량은 상쇄배출권을 포함하더라도 전체의 0.04%에 불과하다.
배출권이 할당된 이후 핵심 논란은 과다 혹은 과소 할당 여부이다. 전경련 등 산업계는 20억2100만톤이 필요한데 4억톤 이상 과소할당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정부는 오히려 유럽처럼 과다할당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박륜민 환경부 기후변화대응과장은 "유럽연합(EU)를 살펴보면 경기침체와 함께 과다한 상쇄배출권의 유입으로 배출권이 실제 시장수요보다 과다하게 공급돼 있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2015년 배출량이 보고되는 내년 3월께 과다 혹은 과소 여부를 알 수 있는데 EU의 경험을 참고해 배출권 시장의 공급과잉 가능성에 대비한 조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배출권 거래시장이 6개월 동안 활성화됐다면 과다(과소)할당에 대한 지표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거래 주체가 일반에 공개되지는 않지만 배출권거래시장을 관리하는 한국거래소와 환경부는 매도·매수자를 실시간 파악해 어느 업종에서 사고 어느 업종에서 팔고 있는 지를 분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종민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배출권 거래가 원활히 이뤄진다면 매도가 잦은 쪽이 과다할당된 것이고 매수가 많은 쪽이 과소할당된 것이라는 신호를 찾을 수 있는데 현재로선 과소 혹은 과다할당 여부를 전혀 파악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하반기에도 기업들의 배출 전망이 크게 변화할 수 있어 정부가 시장 조성자로서의 역할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는 그리스 사태 등으로 세계 경제 성장률이 둔화되면서 산업계의 탄소 배출량이 당초 예상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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