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돈 몇 푼 소득공제가 늘어난다고 임대차시장이 선진화되겠습니까. 장기적 정책이 아닌 한시적 대책 위주로 접근하다 보니 전세보증금 과세같이 주택시장에 찬물을 끼얹는 방안도 나온 겁니다. 임대차 시장 연착륙을 유도하면서 전체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는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합니다." (업계의 한 관계자)
잇따른 대책으로 간신히 살려놓은 주택시장 정상화의 불씨를 당국 스스로가 꺼트린 모양새가 되면서 대책 위주의 근시안적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잇따라 쏟아지는 한시적 대책이 되레 시장의 심리를 위축시키고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각 경제주체의 합리적 선택이 모여 가격조정이 이뤄져야 하는 시장이 정부의 대책만을 바라보고 있는 꼴로 왜곡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4·1대책을 필두로 그동안 잇따라 부동산 관련 대책을 내놓으면서 주택시장 정상화에 힘을 쏟아왔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도 폐지와 같은 규제완화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문제는 이 같은 대책이 장기적으로 주택시장의 질적 변화를 감안한 개선책보다는 당장에 거래를 늘릴 수 있는 방안으로만 채워져 있다는 점이다. 실수요층의 구매수요 진작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공유형 모기지론도 근본적 처방이 아닌 한시적 대책이다. 취득세 영구인하를 제외하면 사실상 정부가 주택시장의 변화에 맞춰 내놓은 장기적인 대책은 거의 전무한 상황이다.
더욱이 지난 정부부터 반복된 한시적 대책들로 인해 이미 시장은 정부의 의중에 따라 이러저리 움직이는 구조로 변하고 말았다. 대표적인 예가 취득세 한시감면 이후 찾아왔던 '거래절벽' 현상이다.
결과적으로 살아나는 거래에 급제동을 건 역할을 한 이번 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도 마찬가지다. 2주택자 전세보증금에 과세하겠다는 내용이 발표되면서 당장 투자자들의 발길이 시장을 떠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도 과세 기반 확대라는 취지는 좋지만 이번 대책이 어느 때보다 정책변수에 민감한 시장을 이해하지 못하고 내놓은 전형적인 '책상머리 행정'이라는 비판을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결국 이 같은 문제점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단기적 처방 위주의 대책을 지양하고 장기적 안목의 정책을 고안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시장의 질적 변화에 맞는 제도와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시장에 대한 이해가 우선이라는 목소리도 높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주택·세제정책은 국민의 경제활동에 직접적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예상되는 파장과 체계적 분석 등 철저한 준비를 거친 뒤에 나와야 하는데 우리 정책은 그런 모습이 부족하다"며 "주택시장의 구조적 변화가 가속화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땜질식 처방보다는 보다 큰 틀의 장기적인 정책수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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