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실험이 실패로 돌아간 지난달 13일 이후 제3차 핵실험 준비를 진행해오고 있으며 국제사회는 이를 막기 위한 방안을 다각도로 강구하고 있다. 새뮤얼 로클리어 미국 태평양군사령관은 지난달 미국이 핵실험 기지 정밀타격을 고려하고 있는지를 묻는 한국 기자들의 질문에 "동맹국과 함께 모든 범주의 대응방안(all options)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혀 정밀타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일본 과학자는 북한이 핵실험을 할 경우 백두산의 화산이 폭발할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중국 칭화대 추수룽 교수는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중국 정부가 석유 등 원조물자를 대폭 감축하거나 원조 자체를 중단할 수 있다"고 전했다.
반대 논리도 북핵 개발 정당화할 뿐
하지만 대한민국은 북한의 핵실험을 막을 수 있는 아무런 구체적인 경고를 하지 못하고 있다. 이 와중에 미국 하원 군사위원회가 한국에 전술핵을 재반입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된 '2013 국방수권법 수정안'을 통과시켰다. 미 국방부는 하원 군사위가 결의한 전술핵무기 재배치 문제가 불러올 파장을 우려, 한반도 비핵화를 지지하는 기존 정책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문제는 한국 국방부 역시 미 의회의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추진을 부정적 관점에서 보고 있으며, 실질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는 점이다. 국방부는 전술핵무기 재배치를 반대하는 근거로 '우리 땅에 미국의 전술핵을 재배치할 경우 1991년 12월 남북한이 채택(이듬해 발효)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포기하는 게 된다' '북한에 핵을 포기하라고 요구할 수 있는 근거를 우리 스스로 없애는 것'이라는 점을 든다.
그러나 이 같은 견해는 심각한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우선 국방부의 언급은 북한이 그토록 주장해온 핵무장 논리를 정당화시키는 근거로 악용될 수 있다. 북한은 미국의 핵무기가 한국에 있으니 자신들도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래서 한국은 미국과 합의, 한반도에 있는 미국의 핵무기를 모두 철수시켰다. 그 후 20년 이상 지나는 동안 북한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핵 보유국이 됐다. 비핵화 공동선언이 지금도 유효한 것이라는 근거가 무엇인가. '북한에 핵을 포기하라고 요구할 수 있는 근거를 우리 스스로 없애는 것'이라는 주장도 북한의 핵 개발을 정당화시킬 수 있어 더욱 위험하다. 북한은 한국에 미국의 핵무기가 존재하기도 전인 1950년대에 이미 핵개발을 시작하지 않았는가.
재도입 땐 북핵 폐기 협상 카드 생겨
이제 북한의 핵을 대화로 폐기시킨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다. 따라서 현실적인 대안을 강구해야 할 때다. 상대방의 핵무기 위협 아래 놓인 나라가 취할 수 있는 방법은 이론적으로 세 가지다. 최선의 방안은 억지용 핵무기를 스스로 갖추는 것이다. 둘째는 이스라엘 방식, 셋째는 동맹국의 핵우산을 빌리는 것(extended deterrence)이다. 그런데 앞의 두 방안은 한반도의 현실상 실행 불가능하다.
결국 차선책은 미국의 핵우산을 제공받는 것이며 무기의 성질상 한반도에 미국의 전술핵을 재배치하는 것이야말로 북한의 도발을 억지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다. 그렇게 되면 북한의 핵 폐기를 재반입된 전술핵의 재철수와 연계시킬 수도 있다. 그래서 김태영 전 국방장관도, 정몽준 의원도 전술핵 재도입 방안을 구상했던 것 아닌가. 우리가 언젠가 요구해야 할 지도 모르는 전략적 결단을 미국 의회가 먼저 결정해준 것인데 우리가 앞장서서 반대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타당한 것인지 다시 생각해봐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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