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시장에서는 신흥국 금융위기와 미 정치권의 예산전쟁, 시리아 사태라는 3대 대형 악재가 동시에 터지면서 연준의 출구전략 시기가 다소 미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확산돼왔다. 하지만 국내총생산(GDP) 지표가 예상 밖의 호조를 보이면서 시장은 일단 경기회복 신호에 무게를 두고 다음달 17~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앞서 발표되는 마지막 주요 지표인 8월 고용지표에 신경을 곤두세울 것으로 보인다.
미국 상무부는 29일(현지시간) 지난 2ㆍ4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 대비 2.5%(연율 환산)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달 말 발표한 잠정치(1.7%)를 0.8%포인트나 웃돈 것은 물론 전문가들의 사전 예상치(2.2%)보다 높은 수치다. 지난 1ㆍ4분기(1.1%)에 비하면 성장률이 무려 2배 이상 높아졌다.
로이터통신은 "(예산 자동 삭감 등) 정부 긴축 와중에도 미국 경제가 살아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라고 평가했다.
2분기 GDP 성장률의 예상 밖 상승은 무역 호조의 영향이 컸다. 이 기간 미국의 수출은 연율 기준으로 8.6%나 증가해 글로벌 경기둔화에 따른 미국의 성장 모멘텀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를 잠재웠다. 이 밖에도 경제활동의 70%를 차지하는 소비 지출이 1.8% 증가하고 물가를 반영한 소비자 가처분소득은 1ㆍ4분기 -7.9%에서 2ㆍ4분기에는 3.2%로 반등했다. 기업 지출도 무려 9.9% 늘었다.
UBS증권의 샘 코핀 이코노미스트는 "하반기에는 경기 회복세에 한층 탄력이 붙을 것"이라며 "가계 소비가 경제를 지탱하고 있어 정부지출 감소는 상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GDP와 함께 발표된 실업 관련 지표 역시 미국 고용 사정이 개선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미국 노동부는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신청자 수가 전주 대비 6,000명 줄어든 33만1,000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미국 경제 회복을 확인해준 이날 발표로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 시기 선택을 둘러싼 논란은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에서는 최근 신흥국과 시리아 상황 등을 고려해 당초 오는 9월로 예상됐던 연준의 출구전략 시행 시기를 늦춰야 한다는 신중론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28일(현지시간) 로이터는 "시리아에 대한 서방의 공습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신흥국 주가가 급락하고 국제유가가 오르는 등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9월 FOMC 회의에서 양적완화 규모를 축소할 것이라는 시장의 확신이 흔들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선 시리아 사태로 유가가 급등할 경우 점진적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미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는데다 신흥국 위기가 선진국 경기를 끌어내릴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영국 저널리스트인 매슈 린은 미국 경제ㆍ금융 전문 사이트인 마켓워치 기고문에서 "신흥국 위기와 시리아 사태로 인한 혼란이 유럽까지 확산되고 있다"며 "연준이 내년 2월이나 3월에야 양적완화 축소에 들어가고 새로운 위기가 발생하면 이 또한 더 늦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스티븐 로치 예일대 교수(전 모건스탠리 아시아 회장)는 28일 CNBC에 출연해 "미국의 양적완화 조치가 중단되면 인도 신흥국들은 경상적자 해소와 통화가치 하락을 방어할 방법이 없을 것"이라며 양적완화 중단이 몰고올 세계경제 위기 가능성을 경고하기도 했다.
또 일각에서는 시리아 사태보다 미 정치권의 예산 전쟁이 더 심각한 우려 요인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정부채무한도를 둘러싼 갈등으로 미 신용등급이 강등되면서 소비 심리가 위축되고 금융시장이 대혼란을 겪었던 2011년과 같은 사태가 재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날의 경기 회복 지표는 양적완화 축소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는 매파적 주장을 강하게 뒷받침하는 것이어서 연준의 시기 선택을 놓고 논란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AP통신은 "많은 전문가들이 다음달 FOMC에서 매월 850억달러에 달하는 연준의 채권 매입 규모를 700억~750억달러로 축소시킬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며 다음달 6일 발표되는 8월 고용지표가 양적완화 축소 시기를 가늠할 마지막 단서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