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대중문화를 평정했다면 출판 시장은 '힐링(healing)스타일'이 강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기침체로 출판 시장이 전반적으로 위축된 가운데 자기계발 분야 도서 판매는 꾸준히 증가했으며 특히 내면의 치유에 초점을 맞춘, 이른바 '힐링스타일'의 도서에 독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온라인서점 1위인 예스24가 올해 판매된 경제경영 및 자기계발 분야 베스트셀러를 집계한 바에 따르면 '힐링'을 코드로 한 책들이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일상생활에서 일어날 수 있는 소소한 문제들을 구체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을 제시한 책('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 '하루 15분 정리의 힘' '습관의 힘') 혹은 인생의 지혜나 거시적인 안목을 제시하면서 삶에 대한 통찰과 격려를 제시하는 책('내가 알고 있는 걸 당신도 알게 된다면' '남자의 물건')들이다.
특히 스튜어트 다이아몬드 교수의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는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의 경우처럼 해외 유명 교수의 강의 콘텐츠가 독자의 관심을 불러 일으킨 케이스다. 화술과 설득의 기술을 실제적으로 다뤄 인기를 얻었으며 대규모 강연회와 TV 강연콘서트 등에 출연하면서 독자 저변을 넓히는 데 성공했다.
'남자의 물건' '마흔,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 '마흔에 읽는 손자병법' 등 40대 중년 남자들을 타깃으로 한 '불혹 마케팅'의 성공도 올해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2차 베이비부머로 불리는 30대 후반~40대 초중반은 가장 두터운 독자층을 형성하고 있다. 불혹 마케팅에 성공한 책들을 살펴보면 40대 중년 남성들이 겪는 상실감과 정체성 위기에 공감하면서 해결책을 제시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실제로 예스24 집계에서도 40대 남성의 비즈니스경제 분야 구매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포인트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대(남녀 포함)를 기준으로 비즈니스경제 분야 도서의 주력 소비층인 20대와 30대는 각각 20.1%, 42.3%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0.7%포인트, 0.3%포인트 줄어든 반면 40대는 27.7%로 1.4%포인트 늘었다. 자기계발 분야 도서 구매에 있어서도 40대의 비중은 28.1%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4%포인트 늘어나는 저력을 보였다.
올해 경제경영 분야는 지난해 '스티브 잡스'만큼 폭발력이 있는 책은 출간되지 않았지만 거시적인 전망과 트렌드에 주목한 책들에 독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경제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국 경제의 문제점을 심층진단한 책들이 조명을 받았는데 장하준 교수의 신작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가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 저자의 또 다른 책인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나쁜 사마리아인들'에도 독자들의 관심이 쏠렸다. 이 밖에 팟캐스트 '나는 꼽사리다' 출연으로 주목을 받은 선대인의 '문제는 경제다', 이원재 전 한겨레경제연구소장의 '이상한 나라의 경제학' 등도 불안정한 정치경제 상황과 맞물리며 인기를 끌었다.
한편 예스24는 내년에도 자기계발 분야에서는 힐링에 대한 관심이 지속되면서 치유와 회복에 초점을 맞춘 책들이 꾸준히 사랑을 받는 한편 경제경영 분야에서는 '신정부의 경제정책'과 '경제민주화' 등이 키워드로 제시될 것으로 전망했다.
서울경제신문은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정리하는 이 시기에 읽을 만한 경제경영 분야의 화제작들을 소개하고 다가오는 계사년 새해 새 각오를 다질 수 있는 책들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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