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일도 하며 가정도 돌 봐 행복해요

■ 주부 고용창출 대안으로 떠오른 '시간제 일자리'<br>간호조무사 등 업종도 다양… 2년간 3000명 취업 혜택


직장에 다니다 지난 10년 동안 두 아이의 엄마와 가정 주부의 역할에만 충실해 온 이순영(37)씨는 지난해 문득 다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 같이 반복되는 집안 일에서 벗어나 성취감을 맛보고 싶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였다. 사회 생활을 하며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기도 했고 아이들 학원비라도 살림에 보탬이 되고 싶기도 했다.

그러나 10년간 사회 생활을 경험하지 못한 그에게 현실의 벽은 높았다. 6개월 남짓 구직 활동을 했지만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무엇보다 조건에 맞는 일자리가 드물었다. 풀타임 근로는 아직 아이들이 어려 쉽지 않았고 파트타임직은 처우가 열악해 내키지 않았다.

그러던 중 인근 병원의 국제검진센터에 '반듯한 시간제 일자리'가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임금과 4대 보험 가입 등에 있어 상용직 근로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으면서도 오전 8시에서 오후 1시까지만 일할 수 있는 자리였다.

여기 지원해 4개월째 상담 보조 일을 하고 있는 이씨는 "다시는 일할 수 없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 좋은 환경에서 근무하게 돼 기쁘다. 무엇보다 일도 하고 가정도 돌볼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며"병원에서 일하는 엄마가 좋아 보였는지 딸이 나중에 커서 간호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을 때 제일 뿌듯했다"고 말했다.

일과 가정을 다 잡지 못해 가정에 '올인'하는 여성들은 엄마라는 속박 아닌 속박에서 벗어나 사회 생활을 하고 싶다는 이유로, 자기 실현을 하고 싶다는 이유로, 혹은 경제적인 사정 때문에 일을 하고 싶어하는 여성들이 많다. 그러나 괜찮은 일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쉽지 않다.

고용부가 시행하고 있는 반듯한 시간제 일자리 창출 사업은 이런 경력단절 여성들의 고민을 일부나마 해결해 줄 수 있는 대안 가운데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반듯한 시간제 일자리 창출 사업은 기업이 기존 상용직과 차별 없는 조건의 '정규직 시간제 일자리'를 만들면 정부가 지원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시간제 근로자 1명당 월 60만원 한도 내에서 임금의 50%를 1년간 지원한다.



이 사업은 2011년부터 본격 운영되기 시작해 올 3월까지 611개 사업장에서 3,456명의 일자리를 만들어냈다. 간호조무사와 요양보호사, 행정ㆍ사무보조, 시간강사, 마케팅홍보 등 업종도 다양하다. 특히 여성들이 이 제도의 혜택을 많이 봤다. 한국기술교육대학교의 지난해 11월 분석에 따르면 반듯한 시간제 일자리를 얻은 근로자 중 여성 비중은 82.1%에 이르렀다.

반듯한 시간제 일자리를 도입한 김천감문병원에서 요양보호사로 2년째 일하고 있는 문모(64)씨는 "많은 나이에 일을 구하기 정말 어려운데 이렇게 번듯한 일자리를 얻어 만족스럽다"며 특히"나보다 더 나이가 많고 아픈 사람들을 도울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반듯한 시간제 일자리 제도는 일자리 창출뿐만 아니라 기존 근로자들의 장시간 근무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도 거두고 있다. 신광성 유성선병원 인사과장은 "시간제 일자리가 생기면서 정규직 근로자들의 연장근로가 3시간 가량 줄었다. 이 때문에 기존 근로자들도 시간제 일자리 도입을 반기고 있다"고 밝혔다.

반듯한 시간제 일자리가 여성 고용률 제고와 장시간 근로 단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지만 이 제도만으로 여성 고용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여성들이 출산ㆍ육아 등에 대한 부담으로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있기 때문이다.

김순희 한국노총 여성본부장은 "반듯한 시간제 일자리 제도가 나름 의미가 있지만 여성 고용을 높이려면 애초에 경력단절이 일어나지 않도록 강력한 출산ㆍ보육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며 "나아가 육아는 여성만의 일이라는 편견에서 벗어나 남녀가 공평하게 사회인과 돌봄인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모델이 정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