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인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와 닉 클레그 부총리(연정 파트너)가 이끄는 새 내각은 65년 만에 영국 정치에 등장한 연정답게 '새로운 정치'를 표방하며 출발했다. 총리와 부총리를 포함, 내각 요직에 30~40대의 '젊은 피'를 대거 수혈함으로써 위기 돌파를 위한 결연한 의지를 표명했다. '내각의 실질적인 2인자'인 초대 재무장관 자리도 38세의 조지 오스본(사진)에게 돌아갔다. 재무장관에 30대 인사가 기용된 것 역시 영국 정치 역사상 120여년 만에 처음이다. 이 야심 만만한 젊은 장관에게 주어진 최우선 과제는 위기에 몰린 영국 경제에 생기를 불어넣어야 한다는 것. 1,630억 파운드(2,370억 달러)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재정적자를 풀어가면서도 영국 경제의 회복을 이끌어야 한다는 숙제를 떠맡았다. 영국 경제는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가 12%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서 유럽 주요국 가운데 재정위기 가능성이 가장 높은 나라로 평가될 정도다. 새 내각은 출범 직후 50일 이내에 60억파운드 상당의 정부지출 축소 등을 내용으로 한 긴급예산안을 마련키로 했다고 밝혔다. 오스본은 이에 대한 청사진을 이미 제시했다. 그는 17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나 "사안이 시급한 만큼 오는 6월 22일까지 긴급 예산안을 발표하겠다"며 위기진화 속도를 높여갈 방침이라는 것을 천명했다. 재정적자 감축을 위해 각료들의 임금을 5% 삭감한 후 이를 5년간 동결하겠다는 내용의 정부지출 삭감안 역시 내각이 가장 먼저 결정한 사안이었다. 절친한 친구 사이이기도 한 캐머런 총리와 오스본 장관은 흔히 토니 블레어- 고든 브라운 전 총리의 관계에 비유된다. 브라운 전 총리는 블레어 내각에서 10년간 재무장관으로 일하며 노동당의 경제 정책을 총괄했다. 총리 바통을 이어받자마자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자 대규모 은행 규제 방안 등 각종 위기 대응책을 내놓으며 전 세계를 선도했고, 이는 미국 등 다른 국가들이 뒤따르는 '교과서'역할을 한 바 있다. 그 역시 2001년 보수당 '새도우 내각'의 재무장관에 기용된 이래 보수당 경제 전략의 '브레인' 역할을 담당해 왔다. 그는 임명 직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도 "재무장관의 막강한 권력을 줄이는 게 첫 임무"라고 말해 눈길을 모았다. 독립적인 기관인 예산책임청(OBR)을 신설해 경제성장률과 예산 수요 측정 등의 '전망'권한을 맡기는 등 장관의 역할을 분산할 것이라는 뜻이다. 지금까지 영국 예산안은 사실상 재무장관 및 재무 관료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다. 이들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예산안을 바꿀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관행을 깨고 세입-세출 구조에 적합한 예산안이 나올 수 있도록 이를 담당할 독립기관을 만들겠다는 것이 그의 복안이다. 경제학자인 앨런 버드 경이 수장을 맡고 3개 위원회를 구성한다는 골격도 이미 나왔다. OBR은 예산안 편성에 앞서 합리적인 국채 발행규모를 산정하는 한편 경제성장률 전망 등을 내놓아 영국 경제의 안정을 도모하게 된다. 지난 17~18일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재무장관 회담은 그의 장관으로서의 국제무대 데뷔전으로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상황은 불리했다. EU가 금융위기 이래 논란을 거듭해 온 헤지펀드 규제안에 대해 합의할 예정이었던 것. 영국은 금융업을 주된 산업으로 삼고 있는데다 유럽 헤지펀드의 80%가 런던을 본거지로 삼고 있기 때문에 이번 규제에 난색을 표시해 왔다. EU가 수 차례 모여 금융위기 해법을 논의했지만 조세피난처 규제 외에 별다른 해법을 내놓지 못했던 것도 주요국인 영국의 반대가 큰 배경 중 하나였다. 그러나 EU재무장관들은 영국의 격렬한 반대 없이 규제안을 통과시키는 데 성공했다. FT는 "장관은 아침 7시55분 가장 일찍 회담장에 도착하는 등 전과는 다른 면모를 선보였다"며 "규제안 통과에 대해서도 '앞으로 협상을 통해 보완해 갈 여지가 많다'며 한결 유연한 모습으로 대처했다"고 평가했다. 위기 해소를 위해 각국의 협력이 절실한 점을 감안해 '포용력'을 발휘한 것이다. 그는 브뤼셀 도착 직후에도 기자들에게 "내가 원하는 것은 테이블을 내리치는 게 아니라 비즈니스가 작동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며 자국 내 격렬한 반대를 넘어 합리적인 결론 도출이 목표임을 밝힌 바 있다. 보수당은 초반의 압승 전망과는 달리 색채와 배경이 전혀 다른 자유민주당과의 연정을 통해 힘겹게 정권을 잡았다. 그로 인해 경제정책도 흔들릴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영국의 경제 정책은 보수당과의 '색깔 차이'를 가장 극명하게 드러날 수 밖에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실제 일각에서는 영국의 경제 정책을 세 명이 담당하게 될 것이라는 말도 들린다. 자민당 몫으로 빈스 케이블(57) 의원이 통상산업장관에 올랐고 수석 재무부 차관으로 재정긴축 부문을 담당할 인물 역시 자민당 측인 데이비드 러스가 지명됐기 때문이다. 오스본은 "우리가 직면한 거대한 도전에 감안해 나라 경제 부양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보수당은 집권 공약으로 최대 1만달러 이하 저소득층에 대한 감세를 내용으로 한 자민당 공약에 동의한 상태다. 물론 보수당의 긴축안에 대한 의구심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보수당이 수용하지 않고 있는 중산층 이상의 증세 없이 재정지출 감소 만으로는 막대한 적자를 풀어갈 수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중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출범 초기 그의 행보에 대한 유럽 현지의 반응은 "인상적", "EU를 안심시켰다"등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은 것 같다. 그의 다음 행보가 기대를 모은다. ◇ 오스본 英 신임 재무장관 약 력 ▦1971년 5월 23일 영국 런던 출생 ▦옥스포드대학 졸업 ▦1994년 보수당 리 서치센터 정치담당 ▦1995~1997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고문 ▦2001년 6월 ~ 첼시 타톤 하원의원 ▦2005년 5월~2010년 5월11일 보수당 예비내각 재무 장관 ▦2010년 5월12일 재무장관 지명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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