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북 위협에 즉각 반격 말고 미국 앞세워 신중 대응해야
■ 이언 브레머 유라시아그룹 회장 긴급 인터뷰중국과는 긴밀한 협력 통해 북한 동향 파악에 힘쓰길김정은 행동 예측 어려워 미 직접 군사 대응은 자제
뉴욕=이학인특파원 leejk@sed.co.kr
"한국 정부가 도발의 강도를 높이고 있는 북한에 대해 충분한 의사를 전달한 만큼 이제는 조용하면서 신중하게 행동하는 것이 필요합니다(stay pretty quite). 극히 필요한 상황이 아니라면 북한의 행동에 즉각적으로 반격해서는 안 됩니다. 미국이 전면에 나서고 한국은 중국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정확한 북한 내부상황을 파악해야 합니다."
뉴욕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 정치 리스크 컨설팅 회사인 유라시아그룹의 이언 브레머(사진) 회장은 9일(현지시간)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박근혜 정부가 북한의 도발에 맞대응할 경우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더욱 고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브레머 회장은 미국은 직접적인 군사적 대응은 배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미국과 중국이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전면적인 협력을 할 수도 있지만 양자 간에 불신이 너무 깊어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반도에서 전면전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나.
▲전면전의 가능성은 매우 낮은 편이다. 그러한 상황이 악화되고 있어 그렇게 될 가능성이 없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사태가 어떻게 진전되는가를 면밀히 관찰할 생각이다.
-북한이 도발의 강도를 갈수록 높이고 있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나오는 목적은 무엇인가.
▲경제적인 문제라고 판단된다. 북한에 대한 확실한 정보는 없다. 그러나 김정은이 권력을 유지하는 데 경제적인 문제 해결은 필수적이다. 북한의 경제가 피폐해졌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미국이 북한의 도발에 대응해 한미 연합훈련에 B-52 전략폭격기, B2 스텔스기, 핵잠수함 등을 동원하면서 한국에 대한 안보공약을 확인하고 북한에 대해 경고를 보내고 있다. 전략적 인내로 요약되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변한 것인가.
▲아니다. 미국의 운신 폭은 극히 제한돼 있다. 군사적인 대응은 상정하지 않고 있다(military option is off the table). 미국은 북한의 도발에 대해 과잉대응하지 않기 위해 매우 조심하고 있다. 김정은이 어떻게 행동할지 가늠할 수 있는 정보가 매우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대북한 영향력은 어떻게 판단하나. 미국 내에서 중국이 보다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베이징을 방문해 중국 외교 고위관리들을 만났는데 그들은 중국이 더 이상 북한에 대해 영향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한반도 상황이 그들이 조정할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되고 있다는 데 따른 좌절감을 나타낸 것으로 받아들였다. 중국의 대북 채널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중국 관리들은 정부 외에 경제인들을 통한 비공식 접촉을 통해 자신들의 의사를 북한에 전달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마오쩌둥이 중국과 북한과의 관계를 '입술과 치아'라고 규정했지만 지금은 평양의 입술은 다물어졌고 중국은 이를 갈고 있다고 표현할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이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전면적으로 협력할 가능성은 없나.
▲미국과 중국이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해 협력할 가능성은 열려 있지만 상황이 극히 악화되지 않는다면 실행에 옮겨지지는 않을 것이다. 서로 상대방에 대한 불신을 가지고 있다. 특히 중국의 일련의 사이버 공격 이후 이러한 불신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이번 한반도 사태가 한국 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북한이 국내총생산(GDP)의 8% 정도를 차지하는 개성공단 폐쇄에 들어가면서 해외 투자가들의 시각도 매우 우려하는 쪽으로 변했다. 개성공단 재가동은 2009년의 중단사태에 비해 훨씬 더 오래 걸릴 것이다. 지난주까지 시장ㆍ투자자들의 심리 반영이 거의 없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부정적인 파급효과가 미칠 것으로 본다.
이언 브레머 회장은 누구
이언 브레머 유라시아그룹 회장은 정치학자로 정치적 리스크를 경제적인 관점에서 체계화한 인물로 유명하다. 2001년 신흥국을 대상으로 정치 리스크를 점수로 매겨 지수화한 정치리스크 인덱스(Global political IndexㆍGPRI)를 개발했다.
뉴올리언스주의 명문대학인 툴레인대를 졸업한 브레머 회장은 1994년 스탠퍼드대에서 정치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25세의 나이에 후버연구소 사상 최연소 선임연구원으로 임용됐다. 그가 1998년 2만5,000달러를 투자해 설립한 유라시아그룹은 현재 650여명의 전문인력에다 뉴욕 본사 외에 워싱턴ㆍ런던ㆍ도쿄에 지사를 두고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
그는 지금도 컬럼비아대에서 강의를 하고 있고 학계와 업계를 오가며 정치 리스크에 대한 다양한 개념을 정립했다. 특히 2012년에는 금융위기 이후 세계 질서를 주도하는 국가가 사라졌다는 의미에서 ‘G제로’ 이론을 제시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약력
▦1969년 출생 ▦툴레인대 졸업 ▦스탠퍼드대 정치학박사 ▦후버연구소 최연소 선임연구원 ▦컬럼비아대 교수 ▦유라시아그룹 설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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