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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근(1914~1965)은 1953년 화가 이상우의 소개로 미군 CID(범죄수사대)와 미8군 PX(지금의 신세계백화점 건물)에서 그림을 그려 생활고를 해결했다. 이렇게 모은 35만환으로 창신동에 조그마한 판잣집을 마련했고 작은 마루를 작업실 삼아 창작에 열중했다. 박수근은 평소 오후4시쯤 작업을 마친 후 스케치북과 몽당연필을 들고 나와 동네 스케치를 하곤 했다. 이 그림은 박수근과 그의 가족이 살았던 창신동의 골목길 풍경이다. 줄지어 있는 기와집 사이로 실개천이 흐르는데 함지박을 머리에 인 여인이 그 옆을 지나가고 동네 꼬마들은 담벼락 밑에서 옹기종기 모여 있다. 골목길에 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어 늦은 오후임을 알려준다. 또한 지붕 위로 언뜻 보이는 십자가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그의 신앙을 암시하는 듯하다. 이 작품을 포함해 총 120여점의 작품을 인사동길 가나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리는 '박수근 탄생 100주년 기념'전에서 만날 수 있다. /글·사진=가나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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