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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중국 양국이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개시하자고 했지만 사실 이번 절차는 '선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많다. 무엇보다 청와대 내부에서도 중국과의 FTA에 그리 적극적인 분위기가 아니다. 무엇보다 최종 타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한미 FTA의 경우 지난 2006년 6월 공청회가 열린 뒤 2007년 4월 협상타결이 됐다. 그만큼 2년이라는 시간이 짧지는 않다. 하지만 농업 부문의 반대여론이 워낙 거세다. 한미 FTA 때와는 달리 정부 내에서도 신중론이 득세하고 있다.
개성공단을 관세혜택을 받을 수 있는 지역으로 인정받았다는 점은 큰 수확이지만 중국 측이 자신의 민감 부문인 자동차와 서비스 시장을 얼마나 열 수 있느냐도 문제다. 이 분야에서 소득이 없을 경우 하나마나한 FTA가 되기 때문이다.
◇쌀 등 민감품목 처리가 관건=양국은 이달 중 첫 협상을 시작하기로 했다. 협상과정은 민감 품목을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관건이다. 아울러 우리나라는 오는 12월 대통령 선거가 있고 중국도 하반기에 지도부가 바뀔 예정이어서 새 정권에서 한중 FTA를 어떻게 추진할 것이냐가 변수다.
우리가 걱정하는 쌀 등 농산물은 대거 민감 품목으로 분류해 관세철폐 대상에서 제외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중국은 자동차와 기계ㆍ석유화학 등 제조업을 민감 분야로 분류하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과의 FTA가 실효성이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우리가 농산물을 대거 제외하면 중국도 그만큼 자동차와 석유화학에서 양허 제외를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FTA를 통해 이익을 볼 수 있는 주요 분야가 자동차로 모든 FTA 때마다 자동차가 핵심의제가 되고 있다.
양국이 "세계무역기구(WTO) 수준 이상으로 서비스 분야를 협상하겠다"고 했지만 그 수준이 어느 정도될지도 관심거리다. 금융ㆍ병원ㆍ관광 등은 우리나라가 관심을 보이는 분야다. 보통 선진국이 자신보다 경제수준이 낮은 곳과 FTA를 할 때는 서비스 시장에서 큰 이익을 낸다. 미국이 우리나라와 FTA를 할 때 서비스 시장 개방에 사활을 건 것도 이 때문이다. 반대로 이에 대한 개방 정도에 따라 한중 FTA의 성과가 갈릴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개성공단의 관세혜택 인정을 이끌어낸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는 말이 나온다. 북한의 개방을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중국의 기술표준 등 비관세 장벽을 어느 정도 철폐하느냐도 중요하다.
문재도 지식경제부 산업자원협력실장은 "중국과의 FTA는 서비스 시장 개방과 비관세 장벽 철폐 등이 중요하다"며 "개성공단을 역외가공지역으로 지정할 수 있게 된 것은 의미가 크다"고 했다.
◇반대여론 어떻게 넘을까가 관건=전문가들은 중국과의 FTA는 '무빙 타깃'이라고 말한다. 중국은 우리나라와 산업구조가 겹치는 부분이 많은데 현재는 중국이 기술수준이 낮지만 향후 급속도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에 함부로 시장 개방을 하면 안 된다는 얘기다.
즉 한중 FTA로 관세를 없애거나 낮춰놓았는데 향후 중국 기술수준 향상으로 중국 제품이 물밀듯이 들어올 경우 엄청난 피해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통상전문가는 "중국은 무빙 타깃이기 때문에 쉽게 FTA를 맺어서는 안 된다"며 "10년, 20년 뒤의 중국의 발전 정도를 감안해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물론 재협상을 통해 관세철폐 부분을 다시 논의할 수 있지만 이 경우 다른 분야에서 추가로 더 많은 것을 개방해야 한다.
농업 종사자들의 반대도 극렬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누차 주요 농산물은 협상에서 제외하겠다고 하고 있지만 중국 농산물의 가격 경쟁력이 워낙 높아 일부라도 관세를 인하하게 되면 국내 농민들에 직격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정부 내에서도 한중 FTA시 중소기업 등 일부 제조업과 생활용품, 섬유 부문의 피해를 걱정하고 있다. 해당 분야에서는 이 때문에 협상진행을 반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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